트렌치코트의 계절이 왔다. 여전히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국내보다 해외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할리우드에서도 영화와 드라마 촬영이 용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확진자가 나와 촬영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며칠 걸러 들린다. 극장은 “이대로 죽을 수 없다”라며 영업 재개를 읍소했고, 디즈니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스트리밍 서비스에 힘을 실었다. 이번 주 할리우드 말말말은 이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소식들을 모았는데, 그중 영화 [355] 속 페넬로페 크루즈의 캐릭터에 관련한 논란이 눈에 띈다. “라틴계가 다 히스패닉이냐”라며 인종, 민족에 민감한 요즘 정서를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와는 다른 생각인 듯하다.

‘355’ 속 스파이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 제시카 차스테인

스파이 영화 [355]의 트레일러가 공개된 후 예상치 못한 데서 논란이 일었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캐릭터가 스페인 사람이 아닌 콜롬비아 인이라는 점이다. 매체 버라이어티는 “콜롬비아 출신 배우가 많은데도 페넬로페 크루즈를 캐스팅한 것”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화의 프로듀서이자 주연인 제시카 차스테인도 공개적으로 판단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처음 자본도 대본도 없을 때 크루즈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라고 그의 역할을 언급했다. 또한 “대본을 쓰면서 크루즈에게 브라질 스파이를 제안했지만 언어가 달라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줘서 콜롬비아로 바꿨”으며, “콜롬비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유럽계 또는 유럽 혼혈이기 때문에” 설정이 적절하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차스테인은 문화적 신념에 대한 논의가 발전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이 영화에선 캐릭터의 국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경을 넘어 힘을 합친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Variety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큐레이션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 크리스티안 펫졸드

코로나19로 영화제가 열리지 않으면, 시네필은 자체 방구석 영화제를 연다. [운디네]로 베를린영화제에서 호평받은 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도 덕후력을 뽐내며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고 영화를 감상했다. 다만 최근 많은 사람들이 OTT로 영화를 보는 것과 달리 본인의 DVD와 블루레이로 고전 영화 페스티벌을 열었다고. 그는 “미래에는 큐레이션이 된, 진짜 큐레이션이 된 영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그래서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싫다. 그건 큐레이션된 게 아니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다.”라고 덧붙였다.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사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이틀을 배치하고 추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영화를 더 깊고 풍부하게 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100% 충족시키긴 어려운 듯하다.

출처: The Film Stage

인종차별주의자에 라틴계 캐스팅? 물타기 시도 아니다 – 네드 마텔 (‘보이즈 인 더 밴드’ 프로듀서)

한 평론가가 넷플릭스 영화 [보이즈 인 더 밴드] 속 특정 캐릭터의 캐스팅을 문제삼아서 눈길을 끌었다. 매체 ‘더 랩’의 평론가 알폰소 듀랄드는 인종차별 발언과 태도를 일삼는 캐릭터 ‘에머리’를 라틴계 배우 로빈 드 지저스가 맡은 건 캐릭터의 인종차별 행위를 ‘물타기’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보이즈 인 더 밴드] 영화 각본을 쓴 네드 마텔은 평론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원작 연극을 쓴 마트 크롤리는 “처음부터 캐릭터의 인종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드 지저스의 캐스팅에 그의 동의도 얻었다고 말했다. 마텔은 인종/민족과 상관없이 “혐오 발언은 누가 해도 혐오 발언”이며, 듀랄드의 지적은 본질적으로 “출연진의 다양성 증진엔 무관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이즈 인 더 밴드]는 라이언 머피가 제작을 맡았고, 2018년 브로드웨이 공연을 연출한 조 만텔로와 짐 파슨스, 맷 보머, 재커리 퀸토 등 연극에 출연한 배우들이 참여했다. 드 지저스는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도 에머리 역을 연기해 토니상 후보 지명을 받았다.

출처: The Wrap

다보스가 미산데이에게 반하는 설정, 절대 안 한다고 했다 – 리암 커닝햄

[왕좌의 게임]은 종영 후에도 뒷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번 주엔 다보스 시워스를 연기한 리암 커닝햄이 특정 설정에 펄쩍 뛰었던 사연을 공개했다. 다보스는 시즌 7에서 대너리스와 대면하는데, 작가 데이비드 베니오프가 다보스가 대너리스의 심복인 미산데이에게 반하는 설정을 제시한 것이다. 커닝햄은 “작가와 감독이 다보스가 대너리스와 처음 대면할 때 그가 미산데이에게 반하는 설정이 어떨까 물었다. 난 죽어도 안 한다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다보스가 리안나 모르몬트나 시린 바라테온 등 어린 소녀들에게 멘토가 되었던 전례를 고려하면, 미산데이에게 연애 감정을 품는 것 자체가 설정을 파괴하는 것이라 믿었다. 그는 “내 캐릭터를 변태로 만들어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보인 동정심을 거둬가게 할 수 없다.”라고 작가진에게 항의했고, “얼마나 진지한 제안인지 알 순 없지만” 결과적으로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출처: Insi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