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조제(Josée) – 채워지지 못한 여백이 가득해 아쉬운 리메이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에디터 원희: ★★☆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로 유명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리메이크되어 극장에 찾아왔다. [조제]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조제가 우연히 대학생 영석의 도움을 받고, 점차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이 17년 전 작품인 만큼, [조제]는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바꾸고, 불필요한 묘사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 그러나 빈 공간은 충분히 채워지지 않고, 인물들의 바뀐 서사는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 삐걱거린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던 원작의 조제는 망상으로 세상과 벽을 쌓은 인물이 되어 영석에게 집착 어린 대사를 건넨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던 츠네오와 달리 영석은 감정이 갈등하는 사건이 제거된 채 오롯이 조제에게 헌신하는 모습만 그려져, 조제가 왜 영석을 떠나보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한지민과 남주혁이 재회하고 선보인 연기는 좋으나, 굳이 왜 리메이크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미드나이트 스카이(The Midnight Sky) – 영상미는 ‘그래비티’, 스토리는 무중력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아는 맛을 이것저것 섞었는데 어째 조금 애매하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멸망한 지구에서 홀로 살아가는 과학자 오거스틴이 탐사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우주선에 이 소식을 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갈래는 크게 둘로 나뉜다. 오거스틴이 교신을 위해 새로운 기지를 찾는 여정과 지구로 귀환하는 에테르호 탐사원들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둘의 일상을 보여주는 시도는 인상적이다. 서로 다른 어려운 환경 속에서 담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연기한 배우들의 감정 연기는 진한 여운까지 안겨준다. 그러나 두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군데군데 기시감도 든다. 뿐만 아니라 관객 입장에서 둘 중 어느 쪽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고민하게 돼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부분도 아쉽다.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우주 시퀀스를 비롯한 전체적인 영상미와 음악, 앞서 언급한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지만, 아쉬운 짜임새가 자꾸 눈에 밟힌다.

800(The Eight Hundred) – 비주얼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야기

이미지: TCO(주)더콘텐츠온

에디터 현정: ★★☆ 1937년 중일전쟁 초기, 상하이를 지키기 위해 일본군에 저항한 800명의 이름 없는 영웅들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영화다. 일본군의 잔혹함보다는 상하이를 지키는 마지막 저지선이었던 사행창고의 특수한 지리적 배경을 부각하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의 참상을 그려낸다. 쑤저우 강을 사이에 두고 조계 지역인 남쪽은 건너편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한낱 구경거리에 불과하고, 반면 일본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북쪽은 열세에 몰린 800명의 중국군이 최후의 보루인 사행창고를 사수하고 있다.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것 같은 기이한 풍경은 그 자체로 전쟁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총상이 빗발치는 전투가 교차하는 상하이를 생생하게 재현해 전쟁 영화에 기대하는 시각적인 만족감도 충분하다. 문제는 이야기다. 당시의 참담한 상황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 전하는 방식은 산만하기만 하고, 소재가 소재인만큼 후반부로 들수록 애국 서사가 고조돼 몰입을 방해한다. 서사와 감정을 좀 더 간결하고 담백하게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레벨 16(Level 16) – 레벨이 올라갈수록 커져가는 긴장감

이미지: 디오시네마

에디터 홍선: ★★★ 또 한 편의 흥미로운 밀실 스릴러가 등장했다. [레벨 16]은 폐쇄적인 기숙사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긴장감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주인공 비비안의 시점으로 청결과 순종만을 강요하는 학교의 비밀을 천천히 파헤치며 놀라운 반전을 예고한다. 영화는 밀실 스릴러를 추구하는 작품답게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다. 아날로그 TV와 첨단시설의 보안장치, 영어를 쓰는 학생들과 러시아어를 쓰는 경비원 등 이질적인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궁금증과 공포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덕목의 진짜 목적이 밝혀지면서 충격은 더해지고 이야기의 흐름은 절박한 탈출기로 전환된다. 여성에 관한 사회적 편견을 은유적으로 꼬집는 메시지는 마지막 주인공의 사투 속에 의미 있게 담겨 작품의 여운을 더한다. 다만 전반부의 몰입감 넘치는 설정에 비해 후반부의 탈출 서사는 평범하고 흥미를 떨어뜨려 작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셀레나(Selena: The Series) – 이야기의 범위는 넓어지고, 깊이는 얕아졌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셀레나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지금도 떼하노 음악의 여왕이자 미국 라틴음악계의 전설로 불린다. 그의 일대기를 다시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소식에, 성공 스토리와 뒷이야기를 깊고 풍부하게 풀어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리즈는 예상과 달랐다. 지금도 사랑받는 음악 아이콘의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한 가족의 성공 스토리가 단조롭게 그려진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셀레나뿐 아니라 부모와 오빠 AB, 언니 수셋 등 킨타니야 가족 모두에 초점을 맞추며 스타의 탄생엔 재능을 알아보고 격려하고 지원하는 사람들의 공도 크다는 걸 말하려 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 셀레나의 캐릭터는 단순해졌고, 여러 번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난다. 가족이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에 셀레나의 복잡한 내면을 놓쳤거나, 명성에 흠집을 내지 않으려 몸을 사렸을 수 있겠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