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남긴 혼돈(The Mess You Leave Behind) – 서스펜스와 막장의 완벽한 조화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역시 스페인의 마라 맛은 한국 못지않다. [네가 남긴 혼돈]은 한 고등학교 선생이 전임자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쫓으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인 줄 알았지만,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서서히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함과 모순적인 모습은 여느 막장 드라마 부럽지 않다. [네가 남긴 혼돈]은 전임자 비루카와 후임자 라켈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과거와 현재, 두 개의 시간대를 오가고 있음에도 스토리텔링이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게 인상적이다(단, 첫 에피소드는 약간 혼란스러울 수 있다). 두 주인공의 서사 역시 매력적이다. 자신감 넘치고 학생들과도 잘 지내는 선생이지만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숨기고 있는 비루카, 반대로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받지만 이를 극복하며 동시에 비루카의 죽음을 쫓는 라켈의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를 바로 클릭하게 한다. 결말이 다소 유야무야 끝난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작품이 선사하는 쫄깃한 서스펜스와 매운맛은 이를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사운드 오브 메탈(Sound of Metal) – 완전한 침묵 안에서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는 여정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에디터 혜란: ★★★☆ 갑자기 청력을 잃은 메탈밴드 드러머 루빈이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라가는 드라마. 루빈은 청각장애인 공동체에서 농인이 되는 법을 배우면서 처음 느꼈던 분노와 슬픔을 딛고 새 삶에 적응해 간다. 하지만 같은 꿈을 꾸었던 여자친구가 자신 없이 성공하는 걸 보며 마음의 갈등을 겪는다. 영화는 인간의 힘으로는 돌이키기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이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하며 자신을 재정의하려 몸부림치는 모습을 지켜본다. 조용하지만 격한 감정의 폭은 수려한 연출과 리즈 아메드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크게 와 닿는다. 청각장애인 공동체의 낭만화는 지양하고 놀라울 만큼 사실감 있게 묘사한 점도 돋보인다. 그러나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소리다. 루빈의 청력 상태를 재현한 사운드는 음악 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다른 건 들리지 않다가, 임플란트를 통해 왜곡된 소리로 등장한다. [사운드 오브 메탈]이라는 제목과 달리 영화의 몇몇 장면엔 완전한 침묵이 내려앉았지만, 이를 통해 어떤 것보다 더 큰 울림을 선사한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Alice in Borderland) – 긴박감이 부족한 생존 스릴러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현정: ★★☆ 아소 히로의 만화가 실사 드라마로 탄생했다. 일본 특유의 어둡고 극단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 무기력한 청년들이 영문도 모른 채 이상하고 암울한 세계에 발을 들이고, 오직 삶과 죽음만이 있는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초반부 진행은 흥미로운 긴장감이 가득하다. 불안한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거나 신체적 강인함을 시험하는 게임은 살벌하고,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텅 빈 도쿄는 서늘한 위압감을 준다. 이 피 비린내 나는 섬뜩한 세상은 게임 참가자들이 만든 비밀 집단에 들어서면서 긴박감이 줄어든다. 집단을 유지하려는 뒤틀린 야망이 충돌하고 암투로 번지면서 게임의 잔혹한 규칙은 부차적인 이야기가 된다. 또한 주인공 아리스를 비롯해 캐릭터들의 매력이 잔인무도한 세계관만큼 또렷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다만, 후속 시즌을 기대하는 결말로 끝난 만큼 중후반부의 지지부진한 서사의 아쉬움을 만회할 이야기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Tiny Pretty Things) – 우아한 발레 뒤에 숨겨진 강렬한 욕망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우아하고 아름다운 춤을 추는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의 은밀하고 치명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은 엘리트 발레학교를 무대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춘들이 모여 최고의 댄서가 되기 위해 펼치는 여정과 성공, 추락을 그린다. 정상에 오르려는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잔혹할 정도로 서로를 밀어붙인다. 서로에게 가진 감정이라곤 견제와 적대심뿐인 것처럼 보일 때가 많지만, 발레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이들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에 진정 필요할 때는 마음을 나누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발레 댄서인 배우들이 선보이는 춤은 시선을 사로잡고, 그와 어우러지는 현대적인 감각의 사운드트랙은 귀를 집중시킨다. 음모와 배신, 그리고 배드신이 난무하는 막장 서사가 가득하고, 인물들은 때론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시즌 2가 기다려진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Rose Island) – 모여봐요, 로사의 섬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 1인 미디어와 1인 가구와는 급이 다른 ‘1인 국가’의 시대가 넷플릭스에 도래했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1960년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영해 인근에 인공섬을 만들고 독립국으로 선포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엔지니어 출신 몽상가 로사가 바다 한복판에 섬을 짓는 과정을 재기 넘치게 표현하고, 그의 목표를 돕고자 개성 있는 인물들이 하나둘씩 모이는 과정이 코믹하게 흘러간다. 처음에는 애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던 로사는 섬이 커질수록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섬의 의미를 다져가며 자유와 열정의 에너지를 건넨다. 다만 로사만큼 비중 있는 동료들의 에피소드가 부족하고, 후반부에 정부의 견제로 섬이 몰락하는 과정이 너무 갑작스럽게 흘러가 몰입감이 흐트러진다. 그럼에도 영화가 내비친 1인 국가의 로망은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이 시점에 묘한 대리만족과 쾌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