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작 및 스트리밍 신작 후기

브리저튼(Bridgerton) – ‘오만과 편견’이 숀다 라임스를 만나면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혜란: ★★★★☆ 줄리아 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를 영상화한 [브리저튼]은 [그레이 아나토미], [스캔들] 제작자 숀다 라임스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시즌 1은 브리저튼 자작가 8남매의 넷째 다프네가 사교계 일등 신랑감 헤이스팅스 공작과 결혼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다룬다. 1800년대 초 배경의 리젠시 로맨스지만 ‘숀다답게’ 중독성이 강하다. 내용은 과감하고 표현은 청불 등급이 붙을 만큼 섹시하다. 드라마는 원작의 시대적 배경을 과감하게 비틀었고, 그래서 아프리카계 여왕과 공작이 있고 비백인 인종이 사회 계층 곳곳에 등장한다. 그와 비교하면 무도회 신에 나오는 팝 히트곡의 클래식 버전은 팬서비스로 보일 정도다. 캐스팅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우며, 피비 디네버와 르제장 페이지의 케미는 굉장히 좋다.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오랜 팬인데, 엘로이즈와 페넬로페가 소설보다 더 복잡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져 만족스럽다. 시즌 1을 하룻밤 안에 끝내니 벌써부터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다른 남매들이 중심이 될 후속 시즌의 기반까지 다져놓았으니, 다음 시즌 무조건 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제발!

나이팅게일(The Nightingale) – 처절한 복수의 여정을 통해 폭력의 역사를 되짚다

이미지: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에디터 현정: ★★★ 처절하고 인간적인 복수의 여정이다. 호주 식민지 시대, 비열한 영국군 장교에게 모든 것을 잃은 아일랜드 죄수 클레어는 철저하게 되갚아주기 위해 원주민 빌리를 길잡이로 고용하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나이팅게일]은 복수극을 단순한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대신, 폭력과 억압이 만연했던 야만적인 역사를 돌아보며 반(反)폭력의 길을 모색한다. 영국군에 억압받으면서 정작 원주민을 차별하는 클레어와 백인들을 불신하는 빌리는 태즈메이니아 숲에서 벌어진 잔혹한 행위를 목격하면서 차츰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연대의 감정을 나눈다. 뻔한 상황에서 출발하지만, 사회적 약자나 다름없는 두 인물의 교류를 통해 신선한 감정을 끌어낸다. 폭력을 폭력으로 응징하는 짜릿한 복수의 쾌감보다는 극한의 상실과 고통에서 비롯된 처연한 슬픔이 압도한다. 다만 후반부 들수록 주제의식에 사로잡혀 클레어 캐릭터가 모호하게 형상화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Your Name Engraved Herein) – 내 마음에도 확실히 새겨졌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대만 청춘물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퀴어 영화.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은 동성애 혐오가 사방에 퍼져있는 1987년 대만을 배경으로, 사랑에 빠진 두 남학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믿고 보는’ 대만 청춘물답게,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은 빼어난 영상미와 스토리, OST와 감정선 묘사로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무엇보다 배우 진호삼과 증경화가 돋보인다. 비주얼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적인 사회가 금지한 사랑에 힘겨워하는 청춘을 정말 탁월하게 소화해냈다. 매사에 솔직하던 버디와 현실에 순응하던 자한의 성격이 역전되는 묘사가 특히 인상적이다. 극중 비중이 제법 높았던 여성 캐릭터를 다소 소모품처럼 다룬 방식은 아쉽지만,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이란 건 분명하다. 참고로 엔딩 크레디트는 절대 넘기지 말 것. 크레디트가 올라오는 동안의 여운이 엄청나다.

오늘부터 히어로(We Can Be Heroes) – 능력은 출중, 귀여움은 덤!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초능력은 물론, 사랑스러움까지 겸비한 슈퍼히어로 2세들이 넷플릭스에 상륙했다. [오늘부터 히어로]는 지구에 침략한 외계인이 슈퍼히어로들을 전부 납치한 이후, 히어로의 아이들이 힘을 합쳐 부모님을 구하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초능력은 없으나 점차 자신을 믿고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미시를 필두로, 다양한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면서 우정과 화합을 통해 영웅으로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샤크보이와 라바걸을 다시 만나면서 추억을 곱씹어보고, 패드로 파스칼, 보이드 홀브룩, 성강 등 유명 배우들이 히어로 부모가 되어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다. 특촬물을 연상케 하는 의상과 알록달록한 그래픽 때문에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또 이 영화의 매력이다.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하고 귀여운 슈퍼히어로 영화다.

뱅가드(Vanguard) – 성룡이 선사하는 화끈한 새해 특선 영화

이미지: (주)디스테이션

에디터 홍선: ★★☆ 한때 명절 연휴를 책임졌던 성룡이 오랜만에 ‘신년 특선’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뱅가드]는 테러 집단에 납치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국제 민간 경호업체 ‘뱅가드’가 펼치는 활약상을 담은 액션 영화다. 런던, 두바이, 잠비아 등 다국적 로케이션, 근접 격투부터 총격씬, 카 체이싱까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성룡 역시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어도 간간히 코믹 액션을 보여주며 반가움을 더한다. 다만 너무 액션과 스케일에만 치중한 나머지 캐릭터가 영화에 잘 녹아들지 못해 이야기의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크게 거슬리지는 않지만 차이나 파워를 은근히 드러내는 듯한 연출과 유머도 보기 민망하다. [폴리스 스토리], [홍번구] 등 8-90년대 홍콩 액션 영화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당계례 감독과 성룡이 다시 만나 기대감이 컸지만, 영광의 시절을 다시 불러오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