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해외 드라마는 연속되는 시즌으로 시청자들의 시간을 가져가기에 좋은 콘텐츠로 알려졌다. 적게는 2~3개의 시즌, 많게는 7~9개의 시즌으로도 구성된다. 좋은 작품을 골라볼 수는 있지만, 많은 시간을 빼앗길까 봐 망설이는 이들이라면 주목하길 바란다. 짧지만 강렬한 실화 기반의 넷플릭스 미니 시리즈들이 있으니 말이다. 참고로 이 5편의 넷플릭스 미니 시리즈들은 이후 시즌은 제작되지 않아, 적은 회차를 편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레이스 (Alias Grace)

이미지: 넷플릭스

[그레이스]는 16살의 나이에 살인교사, 두 사람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주인공 ‘그레이스’의 이야기다. 그레이스는 1843년에 자신이 일하던 집 주인과 하녀를 죽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19세기의 실존했던 캐나다 여성 살인범 ‘그레이스 마크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동시에 동명 소설(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정신적인 상처 때문인지, 의도적인 것인지, 살인이 일어난 날이 기억에 없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다양한 방면의 폭력적인 시대상을 바라보도록 이끈다. 총 여섯 편의 에피소드에 걸쳐 그레이스의 의도 혹은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하는데, 그 이유에는 다양한 나이대의 인물을 혼자 소화한 배우 사라 가돈의 역할이 매우 크다. 하나의 시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시대극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매력도 다분하다. (6부작)

더 서치: 사라진 아이 (Crime Diaries: The Search)

이미지: 넷플릭스

[더 서치: 사라진 아이]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은 멕시코의 4살 소녀 실종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가 집안에서 사라졌으나, 며칠이 지나도록 실마리조차 잡지 못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대체로 이런 소재의 작품은 범인을 찾기 위한 추적극으로 그려지지만, [더 서치: 사라진 아이]는 아이의 실종을 출세할 기회로 여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목한다. 멕시코의 부패한 사회의 모습을 한 아이의 실종 사건으로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심지어 부모도 아이의 실종에 진심으로 눈물 흘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의문을 남긴다. 한 아이의 실종 사건을 통해 부패, 권력 남용, 증거 조작과 언론 매체의 잘못된 태도 등을 드러낸다. 분명 혼란스럽고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그보다도 더 믿을 수 없는 상황들에 집중한다. (6부작)

더 서펀트 (The Serpent)

이미지: 넷플릭스

[더 서펀트]는 프랑스 연쇄 살인마 ‘찰스 소브라즈’의 이야기이다. 인도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대 태국에 거점을 두고 아시아 국가를 찾은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각종 범죄를 저질러왔다. [더 서펀트]는 끔찍한 실제 사건을 다루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는다. 태국 주변의 국가들을 배경으로, 파티나 다양한 장면들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인데, 연쇄 살인범의 뻔뻔함에 화가 날 수도 있다. 특히 불우한 과거를 주장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하다고 여기는 사기꾼이자 냉혈한 연쇄 살인마 찰스 소브라즈의 모습에 분노가 치민다. 최근 영화 [모리타니안]에서도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타하르 라힘이 [더 서펀트]에서는 정반대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8부작)

믿을 수 없는 이야기 (Unbelievable)

이미지: 넷플릭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2015년 경, 10대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거짓으로 신고한 혐의로 기소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성폭행이라는 다소 쉽지 않은 소재를 피해자의 시선에서 다루며, 그의 말을 믿고 정의를 실현해 주고자 애쓴 형사들로 인해 따뜻하고도 뭉클한 감정을 갖게 한다. 켄 암스트롱과 T. 크리스천 밀러, 두 기자의 공동 보도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극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약점에 의해 공격적인 말들을 받아야만 했던 한 여성에게 집중한다. 그래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는 외면해선 안 되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품이다. 무능한 경찰과 진실을 파헤치는 경찰이 함께 그려져, 성범죄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과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8부작)

오, 할리우드 (Hollywood)

이미지: 넷플릭스

[오, 할리우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할리우드에서 꿈을 이루고자 도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성차별과 인종차별,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게 퍼져있던 1940년대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같이 1940년대의 몇몇 실존 인물과 가상의 인물을 한데 모아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각자의 인종과 성별, 그리고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할리우드에서 소외된 이들이 함께하게 되는 과정을 밝게 그려내면서, 동시에 아직까지도 할리우드에 만연한 다양한 차별에 대한 비판을 담아낸다. 선하고 순수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담아낸 작품이며, 범죄가 소재는 아니니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7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