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목걸이를 풀어보려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안 풀릴 때는 정말 미칠 것 같이 답답하다가도, 마침내 풀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tvN [불가살]을 보는 심정이 딱 그렇다. 도대체 어떤 점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매주 주말을 기다리게 되는 걸까?

이미지: tvN

고려 말 겨울, ‘불가살’의 저주를 받은 아이가 태어난다. 그 저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을 몰살시킬 것이라는 예언에 모두들 그를 없애려 하지만, 의문의 여성이 나타나 대신 죽음을 맞이한다. 단극 장군에게 거둬들여진 아이는 ‘활’이라는 이름과 함께 고려에서 가장 뛰어난 ‘귀물 사냥꾼’으로 거듭난다. 단활은 자신의 아이에게도 대물림된 저주를 풀기 위해 불가살을 쫓다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어릴 적 대신 죽었던 여자가 바로 그토록 쫓던 불가살이었던 것. 그에게 당해 새로운 불가살이 되어버린 활은 긴 세월을 고통 속에서 기다린다. 가족과 혼,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불가살에게 복수하기 위해.

소재는 상당히 흥미롭다. ‘전생의 인연과 업(業)’이 현생까지 이어진다면?’이라는 설정을 불사의 능력을 가진 귀물이 600년 동안 환생을 반복하는 한 여자를 쫓는다는 이야기로 풀어낸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불가살]이 이미 여러 작품에서 접했던 ‘불멸자와 필멸자의 만남’이란 클리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게 이러한 이유 때문 아닐까 싶다. 두억시니, 터럭손, 그슨새 등 우리네 전통 설화에 등장하는 귀물들이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이들 역시 ‘전생’과 ‘환생’의 굴레에 얽혀있다는 부분도 제법 매력적이다.

다만 흥미로운 소재를 기대했던 만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우선 초중반 전개가 상당히 답답하고 불친절하다. ‘불가살의 저주’와 같은 작품의 기본적인 설정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고,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떡밥’은 많아지는데 회수된 것은 적으니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극중 활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물들이 전생의 기억을 잃은 상황이라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 역시 전개 속도를 늦추는 주범이다. 물론 8회를 기점으로 많은 의문들이 풀리긴 했지만, 초반부를 넘기지 못한 시청자가 적지 않았을 듯하다. 스릴러,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 등 너무 많은 장르를 한 작품에 담으려다 보니, 다소 산만해지는 경향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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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드라마에 점차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케미스트리가 정말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소재도 소재지만, 사실 가장 흥미로운 건 캐릭터의 관계성과 배우들의 매력이다. 우선 단활과 민상운의 관계는 소위 말하는 ‘혐관 로맨스’ 재질이다. 600년 동안 이어져온 활의 분노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운의 친절에 조금씩이나마 변해가는 모습은 묘한 설렘을 안겨준다. 여기에는 두 인물을 맡은 이진욱, 권나라의 연기력과 비주얼, 그리고 두 사람이 카메라에 담길 때 느껴지는 따스한 화면 연출 역시 로맨스 감성에 한몫한다. 활과 남도윤(김우석), 옥을태(이준)의 얽히고설킨 ‘브로맨스 아닌 브로맨스’도 눈여겨볼만한 포인트.

극중 전생의 인연과 업(業)으로 얽힌 건 두 사람뿐만이 아니다. 활이 전생에 잃은 가족들 역시 그의 주변에 머무르고 있었다. 불가살로 변한 활을 끝까지 인간으로 대해준 양아버지 단극은 전직 형사 권호열로, 단극의 딸이자 활의 아내이기도 했던 단솔은 상운의 동생 민시호로 환생했다는 식이다. 유일하게 전생의 기억을 지닌 채 살아온 활이 이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면서도 차마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베일에 감춰졌던 ‘검은 구멍의 사내’ 옥을태와 남도윤의 전생이 밝혀지면서 인물들의 관계도는 더욱 복잡하고 흥미로워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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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살]의 ‘예열 기간’이 길었던 건 분명 아쉽다. 요즘처럼 볼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 호흡이 느린 작품은 경쟁에서 밀리기 마련인데, 굳이 이렇게 초중반 빌드업을 길게 잡았어야 했을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의 열연에 제대로 ‘감겨버려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는데, 지난 8~10회를 기점으로 이야기 전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이 매력적인 소재와 캐릭터들로 부디, 제발 용두사미 결말만은 안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