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이미지: (주)마인드마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훈훈한 외모 덕분에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를 비롯해 영화 [어린 신부] 등 로맨스 장르로 시청자 및 관객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렇지만 조폭을 연기한 [해바라기], 의사로 등장한 매디컬 드라마 [닥터스] 등 다른 장르의 작품들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있다. 바로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영화 [데시벨]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고 있는 배우 김래원이다. 그만큼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그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온 김래원, 오늘은 그의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작품들 중 영화를 중심으로 소개해볼까 한다.

미스터 소크라테스(2005) – 구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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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 조폭, 양아치라는 키워드가 어울리던 사람이 경찰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해바라기] 이전 김래원의 존재감이 빛난 영화가 있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자신을 이용하려는 조직과 맞선다는 내용의 [미스터 소크라테스]가 그 작품이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부모와 형제는 몰라보고 친구까지 팔아 넘기는 악질 양아치이자, 말단 조폭이던 ‘동혁’이 조직에 의해 강력계 형사로 키워지게 되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김래원은 이전까지는 가족도, 친구도 팔 정도로 막 나가는 양아치였으나 우연한 계기를 통해 억지로 공부하여 경찰이 된 ‘구동혁’ 역을 맡았다. 머리에 아무것도 든 것이 없어 폭력만 일삼던 동혁이 때려서라도 공부를 하게 만드는 학교(?)와 선생님을 통해 형사가 된다는 설정이 웃음을 유발한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유쾌함이 있는 캐릭터를 찰떡 같이 소화한 연기 덕분에 김래원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해바라기(2006) – 오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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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병진이 형은 나가 있어” 등 개봉 16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영화 [해바리기]. 김래원의 필모그래피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그의 인생 작품이다. 영화는 독기 품은 조폭으로 살다, 세상의 끝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준 이들을 통해 희망을 발견해 나가는 남자 ‘태식’의 이야기를 소박하면서도 격정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다.

김래원은 ‘미친개’로 이름을 날릴 정도로 엄청난 똘끼로 살아가던 중,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개과천선을 다짐하게 되는 ‘오태식’ 역을 맡았다. 항상 혼자였던 그에게 손길을 내민 덕자와 그의 딸 희주 덕분에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는 인물. 그래서 자신을 행복을 위협하는 이들에게 처절하게 소리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보면 [해바라기]는 조폭 영화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뻔했지만, 한 서린 김래원의 연기가 극적인 감정을 끌어내며, 수 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인사동 스캔들(2009) – 이강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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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판이라는 세계를 배경으로 케이퍼 무비 한 판이 펼쳐진다. 복원과 복제라는 기술을 통해 예술 작품에 얽힌 이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 바로 [인사동 스캔들]이다. 작품은 400년 전에 사라진 그림 ‘벽안도’를 손에 넣은 미술계의 큰 손 ‘태진’이 신의 손을 가졌다는 복원 전문가 ‘강준’을 스카우트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무엇이든 베껴내는 강준과 원하는 그림이면 어떻게든 손에 넣는 태진의 서로 다른 속셈이 교차되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김래원은 신의 손을 가졌다고 불릴 정도의 실력을 가진 천재 복원가이자, 복제 기술자 ‘이강준’ 역을 맡았다. 다소 어둡고 무거웠던 앞선 작품들과 달리,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 내에서 전개되는 [인사동 스캔들]에서 김래원은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여기에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엄정화와 자아내는 장르적 케미가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김래원은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 사이 큰 거 한방을 감추고 있던 캐릭터의 매력을 잘 담아내며, 후반부 통쾌한 재미를 선사했다.

강남 1970(2015) – 백용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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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스캔들]에서 활약도 좋았지만, 역시 김래원은 범죄 느와르 장르에서 더욱 빛나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이민호와 함께 투톱 주연으로 세련된 비주얼과 처절한 액션을 선보인 [강남 1970]에서 보여준 모습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강남 1970]은 고아로 자란 두 청년 ‘종대’와 ‘용기’가 시간이 지나,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뛰어들게 되면서 음모와 배신이 주를 이루는 사이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래원은 종대의 의붓형이자,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억척스럽게 버틴 조직의 중간보스 ‘백용기’ 역을 맡았다. 김래원은 돈과 땅, 욕망을 위해 폭력을 선택을 이어가는 인물의 서사를 이민호와 함께 양분하며 작품의 실질적인 메시지를 호소력 있게 건넸다. 비를 맞으며 도망치는 장면부터 진흙탕 바닥에서 나뒹구는 액션까지, 정제되지 않은 캐릭터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줬다. 서글서글한 미소로 친근감 넘치던 김래원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강남 1970]에서 그의 모습은 상당한 놀라움과 함께, 폭넓은 연기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보통의 연애(2019) – 재훈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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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느와르 장르가 김래원의 대표작 중에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관객을 많이 모은 작품은 314만 관객을 모은 로맨틱 코미디 [어린 신부]다. 그래서일까?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김래원하면 ‘로맨스 장인’이라는 별명이 따라 다녔다. 2019년 그의 출연작 [가장 보통의 연애]는 그렇기에 반가웠다. 오랜만에 김래원이 다시 로맨스 장르에서 열연을 펼쳤기 때문이다. 흥행 역시 292만 관객을 모으며 돌아온 로맨스 강자의 힘을 보여줬다. 영화는 전 여자친구에게 상처받은 ‘재훈’과 전 남자친구에게 뒤통수 맞은 ‘선영’이 솔직하고 거침없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김래원은 이별의 아픔을 겪은 회사원 ‘재훈’ 역을 맡았다. 이야기 시작부터 이별의 아픔 때문에 술로 하루를 보내는 찌질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주사로 인해 주변에 민폐를 끼치면서도 다음 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연기는 작품의 옷음을 책임진다. 이후 선영(공효진)을 만나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재훈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김래원은 상대역인 공효진과 달콤하지만 현실적인 연애 케미를 보여준 것은 물론, 특유의 털털하면서도 일상적인 연기로 작품의 완성도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