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혜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투혼을 통해 알 수 있었듯이, 모든 스포츠의 역사는 진한 피와 땀, 눈물로 이루어진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지만, 그들의 끈적하고 뜨거운 여정은 스포츠 팬들에게 큰 감동과 환희를 선물한다. 스포츠가 영화를 만난다면, 그 감동과 환희는 배가 된다. 스포츠 영화들은 가혹한 결과보다 열렬했던 순간순간을 주목하며, 금메달보다 값진 스포츠 정신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높은 기백과 불굴의 투지, 꺾이지 않는 마음까지 가진 주인공들을 통해, 진정한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만끽해 보자.

소림축구(2001) / 주성치

이미지: 시네마서비스 , 필름뱅크

소림사에서 무공을 익혔던 백수이자 요상한 다리 힘을 가진 씽씽(주성치)이 왕년의 스타플레이어 명봉(오맹달)과 ‘소림축구단’을 결성하고, ‘전국축구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소림축구]. 씽씽은 과거에 함께 무예를 익혔던 무사들을 찾아가지만 그들은 외모 비관론자, 뚱땡이, 청소부, 방콕론자, 돈벌레 등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씽씽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동료들에게 열정을 되찾아주고, 이들의 도전은 길거리 축구에서 시작해 전국 대회로 나아간다. 아시아의 스타이자 코미디의 제왕인 주성치가 감독, 제작, 각본,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루저들의 마음의 별’로 자리 잡은 주성치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담겨 있다. 어딘가 괴이하지만 발랄한 ‘소림축구’의 현장은 유치한가 싶다가도 경이롭고, 우스꽝스럽다가도 유쾌하다.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들의 땀에 들어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 힐러리 스웽크

이미지: (주)노바미디어

체육관을 운영하며 권투 선수들을 키우는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가 30살이 넘은 시골 웨이트리스 출신 매기(힐러리 스웽크)의 트레이너가 되고, 맹렬한 훈련 끝에 챔피언 쟁탈전에 참가하는 이야기를 그린 [밀리언 달러 베이비]. 열약한 환경에 처한 매기는 선수와 코치, 부모와 자식, 환자와 의사 등으로 끊임없이 피할 수 없는 관계에 놓이고, 그 속에서 깊은 유대감을 느끼며 아름다운 도전을 이어간다. 배우 힐러리 스왱크가 늦은 나이로 권투에 도전하는 주인공 매기를 연기했으며, 거친 배역에 잘 맞는 배우답게 터프하고 강인한 복서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영화는 스포츠의 치열함, 신비함과 더불어 가족 간의 용서와 회한, 혈연보다 진한 인간애, 존엄한 인간의 투지 등을 담아내며 강력한 휴머니즘을 전한다. 영화가 끝난 뒤 모두가 이 단어를 가슴 속에 새길 것이다. 모쿠슈라.

17 어게인(2009) / 잭 에프론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뉴라인시네마

인기 절정의 고교 농구 스타였지만 현재는 불행한 삶을 사는 아저씨가 된 마이크 오도넬(잭 에프론)이 17세의 외모를 갖고 장밋빛 인생이 펼쳐지던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17 어게인]. 현재에 불만을 느끼던 마이크는 10대 시절로 돌아가 다시는 사랑에 눈멀지 않을 것을 다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완벽한 삶을 선택했었고 다만 이를 깨닫지 못했음을 알게 된다. 꿈보다 사랑을 선택하는 순정남 마이크를 통해, 선수에게 커리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려준다. 한국 드라마 [18 어게인]의 원작이며, 완성도 높은 하이틴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다. [하이 스쿨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위대한 쇼맨] 등으로 인기를 누린 배우 잭 에프론의 풋풋했던 미소년 시절도 만나볼 수 있다.

머니볼(2011) / 브래드 피트

이미지: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돈 없고 실력 없는 오합지졸 구단이란 오명을 벗어던지고 싶은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이 기존의 선수 선발 방식과 달리 파격적인 ‘머니볼’ 이론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실화를 그린 [머니볼]. 오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해 승률을 높이는 ‘머니볼’ 이론은 거대한 리스크들이 따르기에 모두가 미친 짓이라며 비난하지만, 의지를 굽히지 않은 빈은 게임의 역사를 바꾸며 감동의 리그를 만들어낸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실존 인물 빌리 빈은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 단장으로, 21세기 메이저리그 최고의 단장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화려한 제작진과 출연진의 시너지로 평단과 관객에게 큰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 중 단연 최고로 꼽힌다. 그래서 야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작품의 감동을 무손실로 전한 브래드 피트의 연기 역시 사랑할 수밖에 없다.

야구소녀(2020) / 이주영

이미지: 싸이더스

중학교 시절 ‘천재 야구소녀’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예전만은 못하게 된 주수인(이주영)이 여성 야구 선수 최초로 프로 구단에 입단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여정을 그린 [야구소녀].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도, 기회도 잡지 못하는 주수인에게 모두가 꿈을 포기하라 말하지만, 그는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어리석은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뚝심 있는 주수인의 안타는 보이지 않는 벽을 향해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로써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묵묵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모든 야구소녀들에게 묵직한 응원을 건넨다. [꿈의 제인], [메기], [브로커]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이자 대학교를 체육학과로 입학했던 이주영이 주수인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며, 야구 관련 전문가들에게까지 극찬을 받고 독립 스타상을 수상했다.

허슬(2022) / 애덤 샌들러

이미지: 넷플릭스

운이 다한 농구 스카우터(애덤 샌들러)가 엄청난 실력에 험난한 과거를 가진 선수를 발견하며, 난관을 무릅쓰고 NBA에서 성공할 자질을 갖췄음을 입증해가는 [허슬]. 대학시절 농구를 했던 주인공 스탠리 슈거맨은 현재 NBA 프로농구 팀 코치이자 해외 스카우터로, 길거리에서 농구를 하던 말썽쟁이 청년의 엄청난 조력자가 된다. 각종 프로 스포츠 팀의 선수 모집을 담당하는 ‘스카우터’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보반 마리야노비치, 카일 라우리, 세스 커리 등 NBA 현역 선수들이 등장해 농구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첫 키스만 50번째], [펀치 드렁크 러브], [언컷 젬스]에서 활약한 할리우드 배우 애덤 샌들러가 스탠리 역할을 맡아, 새로운 스포츠 스타를 탄생시키려는 스카우터의 열정과 노고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