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타르] 이미지: 유니버설 픽쳐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모두 수상한 배우이자, 그와 동시에 아카데미의 단골손님으로 알려진 배우 케이트 블란쳇. 올해 3월에 개최될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 이번에도 유력 후보로 알려진 그는 이미 이번 영화 [TAR 타르]를 통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볼피컵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로브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비롯한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쥐고 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아카데미 시상식만 하더라도 벌써 8번째 노미네이트일 정도로 그동안 멋진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가 어떠한 작품들로 시상식을 휩쓸었는지 작품들을 통해 알아보자.

엘리자베스(1999) – 엘리자베스 1세 역

이미지: 20세기 폭스 코리아

호주 출신의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게 되었던 이유는 바로 [엘리자베스]에서의 열연 덕분이다. 그의 연기 경력은 [엘리자베스] 출연 전/후로 나눠질 정도다. 이 작품으로 그는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엘리자베스]는 사형될 위기를 벗어나 여왕의 자리에 오른 엘리자베스가 이후, 잉글랜드를 위해서 겪게 되는 일련의 이야기들을 그린 작품이다.

케이트 블란쳇은 해당 영화에서 주인공이자,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역을 맡았다. 사랑을 원했던 공주이자, 자신과 국가를 위해 강인함을 지녔던 여왕의 삶을 소화한다. 케이트 블란쳇이 보여준 극중 모습은 실제 엘리제베스 1세 여왕을 그대로 담아낸 것과 같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여왕으로서 화려한 비주얼과 위엄 있는 분위기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여담으로 그는 이 작품 이후 8년 만에, [골든에이지](2007)를 통해 다시 한번 엘리자베스 1세를 연기했으며, [엘리자베스]와 [골든에이지] 모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에비에이터(2005) – 캐서린 햅번 역

이미지: 코리아픽처스

그의 첫 번째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수상작이자 영국 아카데미 수상작이기도 한 [에비에이터].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실제로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에서 활동했던 배우를 연기해 영화 속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품은 아름다운 외모와 총명한 두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으로 영화와 비행기 제작에서 수많은 업적을 이뤘던 남자 ‘하워드 휴즈’의 이야기를 그린다.

케이트 블란쳇은 해당 영화에서 하워드 휴즈가 만났던 배우이자, 연인 ‘캐서린 헵번’ 역을 맡았다. 영화에서는 휴즈를 사랑하는 연인이자, 배우로서 헵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케이트 블란쳇은 2시간 49분 분량의 영화에서 대략 1시간 정도밖에 출연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존 인물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부활시킨 듯한 연기로 많은 호평을 받았고, 이 같은 열연 덕분에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게 되었다.

아임 낫 데어(2007) – 쥬드 퀸

이미지: 스폰지

케이트 블란쳇은 실존 인물을 다루면서 영화적 재해석이 들어간 작품에서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밥 딜런의 전기 영화로도 알려진 [아임 낫 데어]가 그 주인공이다. 케이트 블란쳇에게 처음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받게 해준 [아임 낫 데어]는 뮤지션 ‘쥬드’부터 저항음악으로 사랑받는 포크 가수 ‘잭’과 회심한 가스펠 가수 ‘존’ 등 일곱 명의 캐릭터를 통해 밥 딜런의 삶과 음악을 비춰낸 작품이다.

케이트 블란쳇은 해당 영화에서 음악적 변신으로 비난받는 뮤지션 ‘쥬드 퀸’ 역을 맡았다. 밥 딜런이라는 한 사람을 일곱 명의 캐릭터로 해석한 것이 특징인 작품인데, 각각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리처드 기어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과 함께 밥 딜런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연기를 선사했다. 참고로 케이트 블란쳇은 제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임 낫 데어]로 여우조연상 후보는 물론, [골든에이지]로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지명되어 더블 노미네이트를 달성하기도 했다.

블루 재스민(2014) – 재스민 역

이미지: 인벤트디

하루아침에 자신이 살던 삶이 끝난 인물은 어떤 감정으로 살아갈까? [블루 재스민]은 결혼으로 상류층 생활을 이어가다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어,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재스민’의 이야기를 그렸다. 케이트 블란쳇은 이 작품에서의 열연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에비에이터]에 이어 두 번째 오스카 수상이다.

케이트 블란쳇은 뉴욕 상위 1%의 삶을 살아가다가 모든 것을 잃게 된 여성 ‘재스민’ 역을 맡았다. 호화스러운 생활에서 평범한 계층으로 한순간에 추락한 한 사람의 삶, 동시에 화려했던 과거를 잊지 못하는 한 사람이 어떠한 행동과 태도를 보일 수 있는지를 과거의 회상과 현재 상황들을 교차해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겪는 인물의 감정 변화와 욕망을 현실적으로 녹아내면서 재스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한다.

캐롤(2015) – 캐롤 역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케이트 블란쳇은 연기의 스펙트럼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폭넓은 활동을 이어갔다. 여기에는 두 여성의 사랑을 다뤄낸 멜로 영화도 있다. 평단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캐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케이트 블란쳇을 미국 아카데미와 영국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시상식까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게 한 [캐롤]은 1950년대 뉴욕,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 맨해튼 백화점의 점원 ‘테레즈’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의 관계를 담았다.

케이트 블란쳇은 해당 영화에서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을 이어가던 중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 ‘캐롤 에어드’ 역을 맡았다. 영화는 대부분 ‘테레즈’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캐롤’을 보여주는데, 그렇게 비치는 ‘캐롤’과 홀로 자신을 바라보는 ‘캐롤’을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도록 연기하면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비춰냈다. 또한 같이 출연한 루니 마라와 훌륭한 연인 케미를 빚어내며 많은 찬사를 받았다. 당시 주요 시상식에 두 배우가 함께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훈훈한 모습도 보여줬다. 참고로 영화의 소재와 장르 때문에 투자 받기가 어려웠다고 하는데, 케이트 블란쳇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작품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