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혜연

날선 날씨와 날카로운 바람이 한풀 꺾이고,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계절 봄이 돌아왔다. 유년 시절에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계절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2분기의 시작이 되었을 뿐이다. 이대로 ‘시작하는 법’을 잊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처럼 새 학기, 새 친구, 새로운 직장과 새로운 동료 등 모든 새로움의 느낌을 잊어가는 이들을 위해서, 시작의 즐거움을 되찾아주는 영화 5편을 소개한다. 타성을 버리고, 더 푸른 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으로.

줄리 & 줄리아(2009) – 용기 한 스푼, 열정 한 스푼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5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두 요리사의 열정과 도전을 그린 [줄리 & 줄리아].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뉴욕의 요리 블로거 ‘줄리’를 중심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꿔버린 두 여자의 행복한 요리 이야기가 펼쳐진다.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줄리아는 늦은 나이에 명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에 입학하고,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요리 블로그를 시작한 줄리는 네티즌의 열렬한 반응을 얻게 된다. 두 사람은 현실 도피의 방법으로 요리를 택했지만, 그 즐거움에 매료되다 보니 뜻밖의 성공까지 맛보게 된다. 용기와 열정으로 범벅된, 맛있고 행복한 영화이다.

[줄리 & 줄리아]는 실존 인물 ‘줄리아 차일드’가 쓴 요리책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과 그 책에 소개된 레시피를 따라 하며 블로그에 올린 ‘줄리 파월’의 글을 원작으로 한다. 블로그를 원작으로 한 최초의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품이다. 주연을 맡은 메릴 스트립은 이 작품으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뮤지컬 코미디상을 수상했다. 메릴 스트립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맛깔난 표정이 영화를 더욱 맛있게 만들었다.

굿모닝 에브리원(2010) – 굿(?)하지 못한 아침방송에서 살아남는 법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뉴욕의 거대한 방송국, 가장 치열한 아침을 맞이하는 생방송 모닝쇼 프로그램 PD들의 이야기를 그린 [굿모닝 에브리원]. 주인공 베키는 지방방송국에서 해고된 뒤 어렵게 메이저 방송국의 PD로 취직하지만, 시청률 최저의 아침 프로그램을 맡게 되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발칙한 신입 PD는 악마들이 사는 방송국에서 달콤 살벌한 유혹들을 맛보며, 그야말로 ‘좌충우돌’ 직장 생활을 펼치게 된다.

직장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굿모닝 에브리원]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각본가가 글을 쓰고, [노팅 힐]의 감독이 연출했으며, 레이첼 맥아담스가 호연을 펼쳤다. 이 협업으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보다 밝고 명랑하며, [노팅 힐]의 로맨틱함을 잃지 않은 코미디 영화가 탄생했다. 패기와 생기로 무장한 신입사원들에게 공감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2016) – 명문대 입학에 도전하는 문제아의 긍정 에너지

이미지: 글뫼㈜

전교 꼴찌, 사고뭉치 문제아 ‘사야카’가 포기를 모르는 초긍정 인생 멘토 ‘츠보타’ 선생을 만나 우등생도 꿈꾸기 힘든 명문대 입학에 도전하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공부와 담을 쌓은 구제 불능 사야카는 여전히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 무지의 여왕이며,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것이 인생 최고의 낙인 천방지축 소녀이다. 무식해서 용감한 것일까? 자신을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엄마와 포기를 모르는 츠보타 선생을 만나,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눈물이 주룩주룩] 등을 연출하며 많은 관객들에게 인생 영화를 선사한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작품이다. 또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세상에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명만 있으면 어떤 편견과 싸움에도 맞설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불량하지만 사랑스러운 초긍정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다.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2020) – 꿈을 노래하라!

이미지: 유니버설 픽쳐스

프로듀서를 꿈꾸는 매니저와 새로운 히트곡을 꿈꾸는 슈퍼스타의 새로운 뮤직 프로젝트를 그린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3년째 막내 매니저로 버티는 음악 프로듀서 지망생 ‘매기’와 10년 전 히트곡 하나로 버티는 세계적인 스타 ‘그레이스’가 서로의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전성기를 지나온 스타는 주변의 반대와 싸우며 새로움을 찾아 나서야 하고, 열정을 불태우고 싶은 지망생은 불확실한 기회만을 기다려야 한다. 극과 극에 놓인 두 사람은 너무도 다른 서로에게 어떤 자극을 주게 될까?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는 꿈과 음악의 도시 LA의 아름다운 비주얼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또한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다크차일드’가 사운드트랙 감독을 맡아 더욱 풍성한 감성을 선사한다. 리드미컬한 음악 속에 놓인 주인공들이 자연스럽게 생명력을 얻어 가며, 자신들의 인생곡을 만드는 과정이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진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흥쾌한 음악으로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는 작품이다.

트루 스피릿(2023) – 최연소 무동력 단독 항해에 도전한 소녀의 실화담

이미지: 넷플릭스

꿈을 이루기 위해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는 호주의 10대 소녀가 최연소 단독 세계 일주 항해에 나서며, 두려움과 정면으로 맞서는 여정을 그린 [트루 스피릿]. 꿈의 가치를 아는 소녀 ‘제시카’는 어릴 적부터 난독증을 갖고 있었지만, 특유의 모험심과 도전정신으로 유년 시절부터 항해사의 꿈을 키워왔다. 결국 악명 높은 선원의 제자가 된 제시카는 16세가 되던 날, 자신의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에 도전하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호주 영화 [트루 스피릿]은 최연소로 무동력 단독 항해에 도전했던 소녀의 실화를 다룬다. 제시카는 항해 도중 화물선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고, 거대한 폭풍에 흔들리고, 망망대해에 혼자 남겨지는 위기 속에서도 출항을 멈추지 않았다. 이로 인해 2011년에 올해의 젊은 호주인으로 선정되었고, 2012년에는 호주의 날 명예 훈장을 받기도 했다. 모두의 우려 속에서 시작한 위대한 여정을 결국 인정받은 셈이다. 자신을 믿고 나아갔던 소녀의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