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근에 진행되었던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그 어느 해보다 더욱 놀라운 상황들이 연출되며 영화 관객들과 팬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독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배우가 있었으니, 어느 작은 마을, 친했던 친구에게 절교를 선언 받은 [이니셰린의 밴시]의 ‘파우릭’을 연기한 콜린 파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콜린 파렐은 다양한 독립, 예술영화뿐만 아니라 스케일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얼굴을 보여주며 본인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다. 그의 연기 생활엔 큰 공백기가 없으며,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온 배우로도 유명하다. 덕분에 베니스영화제의 남우주연상,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적인 배우 콜린 파렐의 작품 중 그의 필모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킬러들의 도시(2008) – 레이 역

이미지: (주)시너지하우스

[이니셰린의 밴시]의 마틴 맥도나 감독과 콜린 파렐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수많은 감독들의 페르소나라 일컫는 콜린 파렐은 마틴 맥도나 감독의 장편 영화 네 편 중에서 무려 세 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첫 번째 영화는 [킬러들의 도시]이다. 영화 [킬러들의 도시]는 암살 작전 이후 보스로부터 관광도시 브리주로 가라는 명령을 받은 시점에, 그중 한 명에게 ‘킬러들의 규칙’을 실수로 어긴 동료를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지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콜린 파렐은 주어진 휴식 기간 중 비밀스러운 여인과 사랑에 빠졌으나, 실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놓인 ‘레이’ 역을 맡았다. 아름다운 풍경이 매력적인 벨기에의 브뤼헤(브리주)와 달리, 등장인물들 사이의 상황은 살얼음판과도 같은 셈. 콜린 파렐은 죽임을 당할 위기에 놓인 인물이지만, 그보다 당장 아름다운 도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로서 팔(八)자 눈썹을 자랑한다.

여담으로 이 작품에서 킬러이자 동료였던 ‘레이’ 콜린 파렐과 ‘켄’ 브렌단 글리슨은 [이니셰린의 밴시]에서 하루아침에 절교를 선언 받은 ‘파우릭’과 절교를 선언하는 ‘콜름’으로 다시 재회한다. 여러모로 [이니셰린의 밴시]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더 랍스터(2015) – 데이비드 역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콜린 파렐은 마틴 맥도나 외에도 개성 있는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의 두 작품은 각각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정적인 분위기로 전개해 관객들의 반응이 갈렸을 정도다. 그중 첫 작품인 [더 랍스터]는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하는 세상,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짝을 찾아야만 하는 호텔에서의 이야기다.

콜린 파렐은 근시라는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은은 이후, 커플이 되어야만 하는 호텔에 투숙하게 되는 ‘데이비드’로 변신했다. 해당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무려 18kg을 증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신이 출연한 다른 영화들과 달리 안경까지 착용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보였다. 때론 없는 감정을 만들어내거나, 있는 감정을 철저히 숨기는 등의 모습으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인상적으로 전달했다.

이미지: 오드

콜린 파렐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2017)에도 출연했는데, 해당 작품에서는 한 소년(배리 케오간)을 만나면서 기이한 일들을 마주하게 되는 성공한 심장 전문의 ‘스티븐’으로 변신했다. 불안감과 공허함, 동시에 서늘한 눈빛을 섬세하게 보여주어, 앞선 [더 랍스터]와는 상반된 콜린 파렐의 연기를 만날 수 있다.

신비한 동물사전(2016) – 그레이브스 역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예술 영화, 독립 영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에 꾸준히 출연한 콜린 파렐. 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도 그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꽤나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했었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검은 존재’가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오러의 수장 그레이브스가 이를 추적하는 혼돈의 1926년 뉴욕, 영국의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가 신비한 동물들을 찾기 위해 뉴욕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콜린 파렐은 미국 마법의회의 안보부 국장 ‘퍼시발 그레이브스’ 역을 맡았다. 옵스큐러스의 숙주를 찾기 위해 일종의 계약을 맺은 ‘크레덴스’와 수많은 장면을 함께하는데, 이 덕분에 자연스레 ‘크레덴스’ 역의 에즈라 밀러와 뛰어난 케미를 빚어낸다. 시리즈의 시작이자,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신스틸러로서의 완벽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덤보(2019) – 홀트 역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콜린 파렐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디즈니 영화에도 출연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두는 [덤보]가 그 주인공이다. [덤보]는 몸보다 훨씬 큰 귀를 가지고 태어나,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서커스단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아기 코끼리 ‘덤보’를 왕년의 서커스 스타 ‘홀트’와 그의 아이들이 발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콜린 파렐은 아기 코끼리 덤보가 하늘을 날 줄 아는 것을 처음 목격한 가족이자, 과거 서커스 스타였던 ‘홀트’ 역을 맡았다. 서커스 스타라는 특징에 맞춰, 말을 탄 상태로 줄을 내던지는 승마 장면들을 직접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영화에서 ‘홀트’는 한 쪽 팔이 없는 설정인데, 콜린 파렐은 실제로 무술 감독과 마필 관리사의 도움을 받아 해당 캐릭터를 준비했다고 한다. 덕분의 캐릭터에 보다 자신을 이입하며 효과적으로 이야기의 감성을 관객에게 전했다.

더 배트맨(2022) – 펭귄 역

이미지: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더 배트맨]에서 콜린 파렐은 사전 정보가 없다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신해, 퀄리티 있는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영화는 고담시에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의 킬러가 나타나자, 최고의 탐정 ‘브루스 웨인’이 이를 수사면서 휘말리게 되는 함정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콜린 파렐은 고담시의 암흑가를 장악한 보스 ‘팔코네’의 밑에서 일하는 ‘오스왈드 코블팟’, 일명 펭귄 역을 맡았다. 배트맨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만나는 인물 중 하나로, 악의 카리스마를 완벽하게 보여줬다. 콜린 파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특수 분장을 했는데, 그만큼 여태까지 콜린 파렐이 선보인 연기 변신 중, 외적인 모습부터 캐릭터의 세계관까지 가장 큰 변신을 감행한 작품으로 그의 필모에 남았다. 여담으로 그가 연기한 ‘펭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 시리즈의 제작이 확정되었다. 덕분에 영화는 물론 드라마에서까지 콜린 파렐이 전혀 아닌 듯하지만, 오직 콜린 파렐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계속 볼 수 있을 듯하다.

애프터 양(2022) – 제이크

이미지: (주)왓챠

[애프터 양]은 함께 살던 안드로이드 인간 ‘양’이 작동을 멈추자, 그를 수리할 방법을 찾던 제이크 가족이 발견하게 되는 것들을 다룬 영화이다. 콜린 파렐은 안드로이드 인간 ‘양’과 함께 살던 가족이자, 그를 고치기 위해 나서는 ‘제이크’로 변신했다. 갑작스럽게 고장난 탓에 그를 고치기 위해 이곳저곳 수소문하던 중, 양이 자신의 기억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 순간을 마주하는 인물이다. 콜린 파렐은 차분히 양의 기억을 들여다보며 그의 세상, 그의 삶을 바라보는 인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그 모습이 무언가 판단을 위한 행위가 아닌, 차분하게 관객들로 하여금 감상의 자유를 느끼게 하는 모습으로 다가와 깊은 인상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