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이미지: ㈜바른손E&A

지난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선보인 캐릭터 ‘정봉’을 통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배우 안재홍. 그 이후에도 [쌈, 마이웨이] [멜로가 체질]와 같은 멜로드라마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만큼 드라마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지만, 사실 안재홍의 필모그래피 시작은 영화가 먼저다. 배우는 물론 단편영화까지 연출하며 꾸준히 감독으로도 경력을 다지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기적 같은 실화를 다룬 영화 [리바운드]에서 농구부 코치 ‘강양현’ 역을 맡아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매 작품마다 인상적인 캐릭터를 선보인 그의 에너지 가득한 영화들을 살펴보자.

1999, 면회(2013) – 승준 역

이미지: (주)인디스토리

[1999, 면회]는 안재홍이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제대로 얼굴을 보여준 첫 장편영화이자,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관객들과 만났고, 안재홍이 배우로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어준 발판이 되어준 영화이기 때문이다.

[1999, 면회]는 스무 살을 맞이한 세 친구의 1박 2일간의 군대 면회기를 다룬다. 안재홍은 대학 진학에 실패해, 지금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재수생 ‘승준’을 연기했다. 영화에서 승준은 군 복무 중인 친구가 받아야 할 이별 편지를 전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친 인물이다. 이로 인한 내적 갈등을 겪는 20살 청년의 모습을 공감가게 연기하여, 순수하고도 철없는 20대 청춘의 단면을 잘 보여주었다. 캐릭터의 성격을 단번에 표현한 안경과 5:5 가르마, 떡볶이 코트와 같은 복장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안재홍은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남자배우상을 수상하였으며, 해당 영화의 준수한 성적과 호평을 계기로 제작사 광화문시네마와 많은 인연을 이어간다.

족구왕(2014) – 만섭 역

이미지: KT&G 상상마당

배우 안재홍의 지금을 있게 한 영화 [족구왕].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고, 필모그래피를 본격적으로 채워 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는 학점 2.1점에, 토익 점수 하나 없는 평범한 식품영양학과 복학생이 족구를 통해 청춘의 의미를 하나씩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안재홍은 군대 전역 직후 복학한 식품영양학과 학생이자, 족구를 좋아하는 ‘만섭’ 역을 맡았다. 군 전역 후 복학한 캐릭터의 특성을 위해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투를 그대로 사용하며 재미를 더한다. 족구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만섭은 군대 간 사이에 철거된 족구장을 되살리고자 대학 총장에게 “족구장을 만들어달라” 어필할 정도로 독특한 캐릭터다.

안재홍은 해당 캐릭터를 외적인 스타일은 물론, 뭔가 서툴면서도 진심인 캐릭터의 특징까지 완벽하게 담아낸다. 그의 싱크로율 100%의 연기로 어느새 만섭은 그냥 평범한 대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웃기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 같은 열연 덕분에 제35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랐고, 제2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 제15회 디렉터스컷어워즈 남자신인연기자상을 수상했다. [족구왕]에서 그의 연기는 [응답하라 1988]에 캐스팅되는데 큰 힘을 보탰으며, 배우로서 다음 행보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2017) – 이서 역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앞선 영화들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낸 안재홍은 독립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상업영화에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확장한다. [조작된 도시], [도리화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 등에서 크고 작은 역을 맡아서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그리고 드디어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통해 충무로 메이저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는다. 영화는 모든 사건을 직접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총명한 왕 ‘예종’과 그를 보좌하는 신입 사관 ‘이서’가 한양에 도는 괴이한 소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안재홍은 학식과 가문, 외모가 뛰어나고,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 비상한 재주를 지닌 신입 사관 이서를 연기했다. 안재홍은 제목처럼 사건을 쫓는 임금님 예종을 맡은 이선균과 함께 추리 케미를 선보이며 작품을 책임진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친숙했던 그의 모습은 물론, 슬랩스틱 코미디와 상대의 예상을 뒤집는 예리한 추리 실력까지 선보이며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소공녀(2018) – 한솔 역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안재홍은 앞서 주연을 맡았던 [1999, 면회]와 [족구왕], 그리고 카메오로 출연했던 [범죄의 여왕]까지, 영화사 광화문시네마와 많은 작업을 함께했다. 지금 소개할 [소공녀]도 마찬가지다. [족구왕]이후 오랜만에 주연으로 등장, 가히 ‘광화문시네마의 페르소나’ 다운 연기를 선보였다. [소공녀]는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가사도우미 ‘미소’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살았던 그가 갑작스러운 집세 인상으로, 거주지를 포기하고 주변 지인들의 집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코믹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았다.

안재홍은 [소공녀]에서 주인공 미소의 남자친구 ‘한솔’을 연기했다. 한때 뜨겁게 사랑했으나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함께할 수 없는 연인의 서사를 공감가게 그려낸다. 특히 미소를 연기한 이솜과는 꽤 많은 작품을 함께하며 남다른 케미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가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에서는 다시 한번 연인으로 나왔으며, 곧 방영 예정인 티빙 오리지널 [LTNS]에서는 부부로 함께한다. [소공녀]에서 못다 이룬 이 극중 커플이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확장될지 궁금하다.

해치지 않아(2020) – 태수 역

이미지: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콜라 먹는 북극곰, 직립보행 사자, 운동하는 고릴라, 스마트폰 하는 나무늘보까지, 말도 안 되는 동물(?)들을 만나는 영화 [해치지 않아]. 여기서도 안재홍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영화는 생계형 수습 변호사 ‘태수’가 위기에 빠진 동물원 ‘동산파크’의 새 원장이 되어, 직원들과 함께 동물로 위장 근무를 계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안재홍은 어떻게든 동산파크를 살려내야만 하는 임무에 놓인 수습 변호사이자, 동산파크의 새 원장 태수 역을 맡았다. 동물이 없는 동물원의 개장을 위해, 사람이 동물을 연기하자고 제안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태수는 어떻게든 상황을 잘 이끌어가야 하기에 얼토당토않은 계획을 내세우는데, 뭔가 [족구왕]의 만섭이 사회인이 되었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안재홍은 엉뚱하면서도 코믹한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그가 탈을 쓰고 북극곰을 연기하는 모습은 이 작품의 놓칠 수 없는 장면으로, 관객에게 큰 웃음 포인트를 선사하기도 했다. 해당 영화의 제작보고회 때 안재홍은 “대한민국에서 북극곰 연기는 내가 처음, 예전부터 닮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