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렌필드’ 이미지: 유니버설 픽쳐스

니콜라스 홀트의 출연작을 잘 살펴보면, 그의 맨 얼굴이 드러난 영화가 의외로 별로 없다. 잘생긴 외모로 많은 이의 마음을 흔들었으나 정작 영화에서는 두꺼운 분장 덕분에 그의 비주얼이 자주 가려져 있기에 팬으로서 안타깝다. 그런 그가 최신작 [렌필드]에서는 오랜만에 맨 얼굴로 출연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듯하다. 여기서 그는 드라큘라의 비서 ‘렌필드’ 역을 맡아, 오랜 세월 이어진 지독한 관계를 끊고 싶어 하는 인물의 고뇌와 액션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렇게 작품마다 캐릭터의 외적 요소는 물론, 매력까지 잘 담아낸 니콜라스 홀트의 영화들을 살펴보자.

‘엑스맨’ 시리즈 (2011~2019) – 비스트 역

이미지: 20세기 폭스

[엑스맨] 시리즈는 유년 시절 [어바웃 어 보이], 영국 드라마 [스킨스]로 조금씩 인지도를 높이던 니콜라스 홀트의 이름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게 한 작품 중 하나다. 영화는 ‘찰스’를 중심으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이 팀을 이뤄 평화를 지키려는 이야기이다. 니콜라스 홀트는 CIA 소속의 연구원 ‘행크 맥코이’이자, 다혈질 성격을 가진 ‘비스트’를 연기했다.

시리즈 첫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꾸미지 않은 외모와 스타일링, 마치 ‘너드’와도 같은 느낌을 강조하는 캐릭터로 출연했다면, [엑스맨: 데이지 오브 퓨처 패스트]부터는 자기 능력을 활용한 액션을 선보이는 ‘비스트’의 모습을 주로 보여줬다. 외형과 능력이 다른 두 인물 같은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외에도 [엑스맨: 아포칼립스]와 [엑스맨: 다크 피닉스]까지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의 모든 작품에 출연하면서 많은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웜 바디스(2013) – 좀비 ‘R’ 역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니콜라스 홀트는 [웜 바디스]를 통해 “좀비도 이렇게 멋질 수 있다”를 증명한다. 영화는 이름도, 나이도, 자신이 누구였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 ‘R’이 우연히 아름다운 소녀 ‘줄리’를 만나게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니콜라스 홀트는 좀비이지만 감성과 지성을 가지고 있던 상황에 사랑에 빠져 심장이 다시 뛰게 되어버린 ‘R’을 연기했다.

좀비라는 설정에서도 예측할 수 있듯, 니콜라스 홀트는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새하얀 피부, 적나라한 핏줄에 절제된 감정 표현까지 극중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좀비가 사랑을 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도 훌륭한 연기력으로 설득력 있게 빚어내어 영화의 묘미를 살린다. 무엇보다 좀비로 변신했어도 감출 수 없는 그의 비주얼에 이야기가 갈수록 극중 캐릭터 ‘R’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좀비로도 억제하기 힘든 니콜라스 홀트의 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4) – 눅스 역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뉴클리어 아포칼립스의 대표작 [매드 맥스] 시리즈의 신작에서도 니콜라스 홀트의 존재감은 빛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핵 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살아남은 인류를 지배하는 독재자 ‘임모탄 조’에 대항하는 사령관 ‘퓨리오사’와 노예로 끌려간 ‘맥스’, 그리고 임모탄의 전사를 이끄는 신인류 ‘눅스’의 이야기이다. 니콜라스 홀트는 임모탄의 여자들을 납치한 퓨리오사를 추적하는 임무를 맡게 된 신인류 ‘눅스’를 연기했다.

여기서 니콜라스 홀트는 다시 한번 분장을 통해 자신의 비주얼을 감춘다. 민머리에 강조된 이마주름, 갈라진 입술과 크고 작은 흉터에 가슴팍의 기괴한 문양까지, 눈동자를 제외하면 니콜라스 홀트인지도 모를 정도다. 거기에 임모탄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과 퍼포먼스는 작품의 ‘미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린다. 그럼에도 후반부 여러 사건들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변화하는 모습은 영화의 감동을 책임지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커런트 워(2019) – 테슬라 역

이미지: 우성엔터테인먼트

[커런트 워]는 쇼맨십의 천재 ‘에디슨’과 상상력의 천재 ‘테슬라’, 그리고 협상의 천재 ‘인설’과 비즈니스의 천재 ‘웨스팅하우스’까지, 네 명의 천재가 맞부딪힌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중 니콜라스 홀트는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고용했던 물리학자이자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를 연기했다.

영화가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리다 보니, 니콜라스 홀트의 비중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하지만 니콜라스 홀트는 실제 니콜라 테슬라의 시그니처로 잘 알려진 수염을 비롯해 여러 스타일링을 반영, 실존 인물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주연은 아니지만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캐릭터로, 특히 에디슨과 대립하는 자존심 높은 천재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2021) – 패트릭 역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선한 이미지 가득한 니콜라스 홀트의 필모그래피에도 빌런 캐릭터가 존재한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은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거대 범죄의 증거를 가지고 도주 중인 소년을 만난 공수소방대원 ‘한나’와 그런 소년을 쫓는 킬러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니콜라스 홀트는 두 킬러 중 동생 ‘패트릭’ 역을 맡아 에이단 길렌과 호흡을 맞췄다. ‘패트릭’은 형 ‘잭’과 함께 소년을 잡기 위해 산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동안 착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니콜라스 홀트의 필모그래피에서 유독 결이 다르게 다가온다. 그만큼 주인공을 위협하는 빌런의 존재감을 충분히 발휘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캐릭터에 대한 큰 서사가 없는데도 니콜라스 홀트는 자신만의 개성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키며, 연기 변신에 성공한다.

더 메뉴(2022) – 타일러 역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제는 과한 분장 없이도 많은 작품을 소화하는 배우임을 증명하는 듯, 비교적 최신작에서는 그의 온전한 얼굴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더 메뉴]에서도 마찬가지다. 외딴섬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의 특별한 초대에 참석하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니콜라스 홀트는 ‘마고’와 호손 레스토랑을 방문하게 되는 ‘타일러’를 맡았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눅스가 요리사에 덕질하면 이렇게 될까? 그만큼 두 캐릭터의 성격이 많이 닮았다. 니콜라스 홀트는 유명 레스토랑 방문에 한껏 기대, 음식에 대한 다소 과한 조언과 태도로 동반인 ‘마고는 물론, 셰프 ‘슬로윅’과 그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타일러를 흥미롭게 그려냈다. 특히 서사가 진행되면서 그의 거대한 비밀을 드러나는데, 기존의 들뜬 모습과 반대로 영화의 분위기를 급반전시키는 니콜라스 홀트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번에는 그의 얼굴 분장이 아닌 마음의 분장이 영화의 맛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