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혜연

한 해 중 가장 많은 기념일을 가진 5월이 돌아왔다. 그중 5월 5일, 어린이날은 아이들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아이들이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하는 것이 그날 어른들의 할 일이다. 이렇게 어른, 아이 모두 즐거운 어린이날을 맞이하며, 무해하고 푸르른 아역 배우들의 활약을 모아본다. 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 고모, 이모, 삼촌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들은 자란다’라는 해맑은 노랫말처럼 세상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K-아역들의 활약이다.

7번방의 선물(2012) 갈소원 / 이예승 역

이미지: (주)NEW

최악의 흉악범들이 모인 교도소 7번 방,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와 7번방 동료들이 용구의 딸 ‘예승’을 외부인 절대 출입 금지인 교도소에 반입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합동작전을 펼치는 영화 [7번방의 선물]. 당시 8살이던 아역배우 갈소원은 극중 류승룡의 딸이자 박신혜의 아역인 예승이 역할을 맡아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뽐냈다. 이로써 연기력을 인정받아 역대 최연소로 대종상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대중에게 ‘예승이’라는 캐릭터까지 확실히 각인시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영화, 드라마, 예능 등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의 ‘예승이’ 갈소원은 현재 18세가 되었고, 러블리한 소녀로 성장한 밝은 근황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내일] [클리닝 업]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이레 / 지소 역

이미지: (주)대명문화공장, 리틀빅픽처스

10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을 그린 ‘견’범죄 휴먼 코미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한순간에 아빠와 집을 잃은 ‘지소’가 집을 구하기 위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계획하고 노부인의 개 ‘월리’를 목표로 정한다. 김혜자를 비롯해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귀여운 강아지 ‘월리’와 다양한 개성으로 무장한 아역 배우들이다. 그중 지소 역할을 맡은 배우 이레는 스크린 데뷔작 [소원]으로 전 국민을 울린 천재 아역 배우로 잘 알려졌고, 이후 [반도], [지옥] 등에서 호연을 펼치며 존재감을 알려왔다. 풍부한 감정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레를 비롯한 이지원, 홍은택 등 어린이 삼인방의 무공해 매력이 흘러넘치는 작품이다.

우리들(2015) 최수인 / 이선 역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사랑, 미움, 질투, 그 모든 감정들이 휘몰아치던 세 소녀의 세계를 담아낸 [우리들]. 외톨이 ‘선’과 전학생 ‘지아’는 비밀을 나누며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되어 생애 가장 반짝이는 여름을 보낸다. 하지만 개학 후, 지아는 어째선지 선에게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 둘은 다시 ‘우리’가 될 수 있을까? 복잡 미묘한 11살의 인간관계를 세밀하게 탐구하는 작품으로, [콩나물], [손님], [우리집] 등 아이들의 이야기를 집요한 뚝심으로 다루어 온 윤가은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다. 세 아역 배우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은 나름의 이유로 얽히고설키는 관계를 맺는 아이들을 연기했다. 그 중심에 놓인 ‘선’을 연기한 최수인은 데뷔작인 [우리들]에서 섬세하고 치열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후 [더 글로리]에서 ‘강현남’(염혜란)의 딸 ‘이선아’로 출연하며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4등(2014) 유재상 / 준호 역

이미지: CGV아트하우스, ㈜프레인글로벌

만년 4등인 수영 선수 ‘준호’가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새로운 수영 코치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4등].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한 프로젝트의 12번째 작품으로, ‘스포츠 인권’이라는 주제 안에서 꿈을 가진 소년과 목적을 이루고픈 어른들 사이의 현실적인 간극을 정지우 감독 특유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해피 엔드], [사랑니], [은교]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아역 배우 유재상은 타고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만년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영 선수 ‘준호’ 역할을 맡았고, 실제 수영 선수 출신이었기에 극중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표현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유재상은 실제로 혹독한 수영 훈련을 하며 촬영에 임했고, 그 노력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수중 촬영까지 감상할 수 있다.

어른도감(2017) 이재인 / 황경언 역

이미지: 영화사 진진

삼촌과 조카의 발칙한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어른도감].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생면부지의 삼촌 ‘재민’을 만난 ‘경언’은 얼치기 사기꾼 재민 때문에 남겨진 보험금을 모두 잃는다. 이후 두 사람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네 약사를 상대로 부녀를 가장한 발칙한 사기극을 벌이게 된다. 오컬트 영화 [사바하]에서 1인 2역을 맡아 신인상을 휩쓸었던 배우 이재인이 엄태구와 호흡을 맞춰, 엉뚱하고 발칙한 가족 케미를 선보인다. 이재인은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현재 1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12편의 영화를 찍었으니, 다작 활동이 기대되는 부지런한 배우이다.

아이들은 즐겁다(2020) 이경훈 / 다이 역

이미지: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9살 ‘다이’와 친구들의 인생 최초 여행을 그린 [아이들은 즐겁다]는 2021년 어린이날에 개봉한 작품이다. 아파서 병원에 있는 엄마와 항상 바쁜 아빠로 인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9살 다이는 어느 날, 엄마와의 이별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자 다이는 친구들과 함께 엄마를 만나러 어른들 몰래 여행을 떠난다. 미세한 감정의 흐름을 완성도 높게 표현해 깊은 여운과 감동을 안겨준, 평균평점 9.95점의 네이버 웹툰 [아이들은 즐겁다]를 원작으로 한다. 이지원 감독이 300여 명의 어린이 배우들을 만난 끝에, 다이 역할에는 이경훈이 선택되었다. 실제로는 개구쟁이 같은 성격이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진지하다는 아역 배우 이경훈은 극중 롱테이크에 긴 대사까지 소화해냈다. 어린 나이에 경험해 볼 수 없었던 어려운 상황을 마음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어린이 배우들만이 느끼게 할 수 있는 MSG 없는 웃음과 감동이 모두 있는 [아이들은 즐겁다]는 어린이날 최고의 힐링 무비이자, 가족영화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