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돌이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난 28일,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 개봉했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으로부터 무려 15년 만에 관객들에게 돌아온 작품. 해리슨 포드의 컴백도 반가웠지만, 메인 빌런으로 출연한 매즈 미켈슨의 새로운 캐릭터도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고보면 매즈 미켈슨은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이전에도 악당이나 빌런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이뿐만 아니라 극한이나 극단적인 순간까지 다다르는 인물들을 맡아서 엄청난 연기를 펼쳤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은 빌런으로 출연해 끝장을 내거나, 혹은 인생의 낭떠러지에서 끝을 보는 캐릭터로 출연한 그의 영화들을 살펴본다.

‘007 카지노 로얄'(2006)

‘르 치프레’ 역
이미지: 소니 픽처스 코리아

[007 카지노 로얄]은 매즈 미켈슨이 할리우드에 자신의 얼굴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킹 아더]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던 그는 [007 카지노 로얄]을 통해 ‘섹시하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악역을 소화했다. 영화는 MI6로부터 받은 임무를 수행하던 중, 테러리스트 조직의 존재를 알게 되어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게 되는 제임스 본드의 이야기를 그린다.

매즈 미켈슨은 단정하게 쓸어올린 머리, 말끔하게 차려입은 정장 차림에 여유가 담긴 미소로 캐릭터를 표현했다. ‘제임스 본드’를 압박하는 빌런으로서의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며 영화의 긴장감을 더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개최한 카드 대회에서 보여주는 포커페이스, 이후 악랄한 고문은 매즈 미켈슨이 빌런으로서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가졌는지를 보여준다. 여담으로 해당 작품에서 포커의 고수로 등장한 매즈 미켈슨은 실제로 포커 마니아이자 프로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덴마크 국가대표로 세계 대회에 출전한 적도.

더 헌트(2013)

‘루카스’ 역
이미지: ㈜엣나인필름

[더 헌트]는 매즈 미켈슨의 대표작이자, 그의 극단적인 연기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아동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사회적으로 모든 것이 말살 당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 작품에서의 열연으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 매즈 미켈슨의 연기 경력에 큰 획을 그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한 소녀의 사소한 거짓말이 마을에 퍼지자,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유치원 교사 ‘루카스’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매즈 미켈슨은 성범죄자로 몰리게 된 루카스 역을 맡았다. 자신의 누명이 벗겨지길 원했으나, 점점 더 궁지에 몰리게 되면서 고통받는 캐릭터를 치열하게 담아낸다. 자신이 그러지 않았음에도 손가락질 받아야만 하는 인물의 감정과 그 고통을 전달하는 눈빛과 표정, 더 나아가 순간적으로 보여주는 감정의 폭발은 글로 다 표현하길 힘들 정도로 대단하다. 우리가 매즈 미켈슨을 주목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아틱(2019)

‘오버가드’ 역
이미지: 콘텐츠 판다

[아틱]은 [더 헌트]와 더불어 매즈 미켈슨, 최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 중 하나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북극에 조난된 남자가 어느 날 추락한 헬기 속에 생존자를 발견하게 되면서 삶과 죽음을 선택해야 되는 상황에서 고민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매즈 미켈슨은 북극에 표류된 채,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버가드’를 연기했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이 해야 하는 것과 필요한 것에 집중해 북극에서 살아남은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특히 중반부, 자신 외에 생존자가 있음을 발견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뇌하는 부분은 그의 복합적인 감정 연기로 극에 더욱 빠지게 만든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물이라 혼자서 극을 이끌어가는데, 그렇기에 [아틱]은 매즈 미켈슨의 연기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체감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2021)

‘마르쿠스’ 역
이미지: 주식회사 왓챠 WATCHA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덴마크 국민배우인 매즈 미켈슨의 영화인 만큼, 덴마크에서 2020년 당시 최고의 주말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96%에 팝콘 89%를 받았을 정도로 관심과 호평도 많이 받았다. 영화는 가족과 떨어진 채 지내던 현직 군인 ‘마르쿠스’가 아내가 누군가의 계획된 범죄에 휘말려 죽게 된 것임을 알게 되면서 그들을 심판하기로 결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매즈 미켈슨은 현직 군인인 마르쿠스 역을 맡았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캐릭터가 폭력을 통해서 상실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거칠면서도 공감가게 그려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핵심적인 포인트는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주변 인물들이 함께한다는 점이다. 매즈 미켈슨은 그들의 구심점이 되는 인물을 연기, 반삭에 가까운 머리 스타일과 덥수룩한 수염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어나더 라운드(2020)

‘마르틴’ 역
이미지: ㈜엣나인필름

[어나더 라운드]는 [더 헌트]의 주역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과 토비아스 린드홀름 각본가, 그리고 주연배우 매즈 미켈슨이 다시 손을 잡은 작품이다. 평단의 찬사 속에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혈중 알코올을 0.05%로 유지하면 사람이 적당한 수준에서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가설을 들은 네 명의 친구이자, 고등학교 교사들이 해당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벌이며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매즈 미켈슨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유지하며 생활한다는 실험을 통해, 친구들과 다소 극단적인 순간을 마주하는 마르틴 역으로 등장한다. 알코올로 인해 순간적으로 유머러스해진 모습부터, 그 쾌락에 빠지면서 중독 증세까지 나타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술로 인한 인생사 희로애락을 전부 자신의 표정으로 다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어나더 라운드]는 그의 댄스 장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다. 매즈 미켈슨이 30세에 연기를 시작하기 전 약 10년간 댄서로 활동했던 것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그의 몰랐던 매력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2022)

‘겔러트 그린델왈드’ 역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매즈 미켈슨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3편에서 합류해, 조니 뎁이 연기했던 캐릭터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실제로 캐스팅 제의를 받고 이틀 만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 준비할 여유도 없이 수락 3일 만에 첫 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그는 프로답게 작품의 카리스마를 담당하며 이야기를 훌륭하게 풀어낸다. 영화는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의 힘이 급속도로 커진 1930년대, 전쟁의 위기가 최고조로 달하자 덤블도어가 나서며 긴장감이 고조된 마법계를 그린다.

매즈 미켈슨은 머글들과의 전쟁을 계획, 선포한 어둠의 마법사 ‘겔러트 그린델왈드’를 연기했다. 머글들을 적대시하는 악역으로, 자신의 계획을 방해한다면 그 누구든 위협하고 파괴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말끔한 헤어스타일과 깔끔한 정장 스타일을 중심으로 캐릭터의 카리스마를 더하는데, 갑작스럽게 캐릭터의 방향이 수정된 시리즈임에도 배우의 연기만큼은 호평을 받았다. 아쉽게도 영화 자체가 흥행에 실패해서, 그의 ‘겔러트 그린델왈드’를 다시 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하지만 보여줄 것이 많은 캐릭터라 배우 본인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기를 원한다고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