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몸에 썩 좋지는 않은데, 묘하게 손이 가는 불량식품을 먹는 기분이다. 넷플릭스 [셀러브리티]는 번지르르한 포장지에 감춰진 자극적인 셀럽들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서아리(박규영)의 라이브 방송에 수만 명이 몰렸다. 수백만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에게 이 정도 관심은 흔하지만, 이번만큼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아리는 몇 달 전 ‘공식적으로’ 사망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엄청난 폭로를 예고하는 그. 과연 아리는 정말 살아있는 걸까, 그리고 밝히겠다는 진실은 무엇일까.

드라마는 소위 ‘신흥 귀족’이라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친다. ‘FLEX’로 요약이 가능한 이들의 화려한 일상뿐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어두운 면모까지 모두 담아낸다. 그래서 이야기가 흥미롭고, 자극적이다. 아리처럼 우연한 기회로 유명인이 되거나 큰돈을 벌어들이는 건 요즘 같은 시대에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니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사례들을 보며 “나도 퇴사하고 저거나 해볼까”라는 생각, 솔직히 과장 조금 보태서 누구나 한 번쯤 해본 것 아닌가?

이미지: 넷플릭스

하지만 작품을 보다 보면 어느새 이런 마음은 쏙 들어가게 된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치열한 세계에서 펼쳐지는 시기와 질투, 중상모략은 기본이요, 익명성을 방패 삼은 악성댓글의 향연까지. 맨 정신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지옥도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약이나 살인, 성매매 등의 ‘매운맛’까지 더해지는데, 역시나 조금은 과장됐을지언정 실제 일어난 끔찍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들이다. 빠른 전개 속에서 자극과 재미, 현실성과 나름의 메시지까지 갖추었다는 게 [셀러브리티]만의 매력이‘었’다. 적어도 이야기 중반부까지는 그랬다.

서아리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는 시점부터 이 작품은 서서히 동력을 잃기 시작한다. 이야기 전개는 몰입이 힘들 만큼 비현실적이고, 입체적이던 캐릭터는 하나같이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인 인물들로 변모한다. 주인공 서아리는 물론이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가빈회’ 멤버들까지 다채로움을 잃고 그저 그런 ‘비호감 빌런’으로 전락하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던 이들의 갈등은 당연히 밋밋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강민혁이 연기한 한준경이다. 츤데레 기질의 재벌가 남자, “날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가 단번에 떠오르는 이 캐릭터는 단 한순간도 작품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다. 배우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는데, 배역이 정말 별로인 느낌이랄까. 현대적인 외모와 패션 아래서 풍기는 진한 복고 감성 때문에 등장씬 하나하나가 보는 입장에선 고역이다. 이 인물 하나 때문에 서아리의 주체적인 매력은 온데간데없고, 치밀하고 통쾌해야 할 복수극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로 전락하고 만다. 솔직히 말하면, 한준경만큼이나 진태전(이동건)도 별로였던지라 사실상 작중 주요 남자 배역들은 전부 불만족스러웠던 셈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그러나 이 모든 걸 감내할 수 있던 건 전적으로 주인공 서아리 역의 박규영 덕분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아리가 톱클래스 인플루언서로 급부상하고, 또 순식간에 추락하는 과정에서 선보이는 섬세하고 다채로운 감정선이 돋보인다. 수수하면서도 센스가 돋보이는 ‘출근 패션’과 화려함이 묻어나는 ‘인플루언서 서아리’의 패션은 매 순간이 화보다. 제4의 벽을 넘나드는 듯한 순간들은 자칫 어색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질 법도 한데, 박규영의 내레이션은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이목을 끌어 몰입감을 더한다. [셀러브리티]는 그야말로 ‘박규영의, 박규영에 의한, 박규영을 위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셀러브리티]는 지금도 충분히 재미‘는’ 있지만, 초반의 속도감과 스토리텔링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배우들의 호연으로도 감출 수 없던 부실하고 올드한 캐릭터 서사도 그렇고, ‘청불’ 딱지까지 붙은 자극적인 맛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누군가에게 추천해야 한다면 단 한 문장으로 설득할 자신은 있다. “야, 딴 건 몰라도 박규영이 진짜 대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