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죽어도 언젠간 부활한다는 점이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특성이 되어버린 지 오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끝까지 부활하지 않는 몇몇 이들이 있었다. 캡틴 아메리카의 사이드킥이었던 버키가 대표적 캐릭터였다. 다소 뜬금없지만 ‘실은 버키는 살아있었고 소련의 암살자로 이용되고 있었다’는 설정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당시 부진했던 캡틴 아메리카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로 인해 많은 이의 가슴을 울렸던 버키, 그에 관한 여러가지를 한 번에 정리해보자.

영화와 원작의 차이점

이미지: 마블 스튜디오

본명은 제임스 뷰캐넌 반즈, “버키”는 별명이고 “윈터 솔저”는 암호명이다. 영화에서는 세바스천 스탠이 명랑한 쾌남에서 우수에 젖은 눈빛과 어두운 과거를 가진 인물로 변하는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원작 코믹스의 버키는 어린 아이였다. 십대 시절에 캡틴 아메리카로부터 훈련을 받아 함께 유럽에서 독일군을 상대로 싸운 소년병이었다. 이게 만화니까 허용이 되었지 지금 와서 이런 내용을 영화화하기엔 무리이다. 스탠 리도 생전에 어린 사이드킥의 개념을 무척 싫어했다고 하는데, 캡틴 아메리카가 몇 차례 실사화되는 동안 버키는 한 번도 등장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왜소한 스티브를 곁에서 항상 챙겨준 절친한 친구라는 영화의 설정이 훨씬 좋다. 반대로 눈 덮인 설산을 달리는 열차에 매달렸다가 한 팔을 잃게 된 설정보다는 나치의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폭발했다는 코믹스의 설정이 더 드라마틱하다.

윈터 솔저라는 이름

이미지: 마블 스튜디오

버키를 윈터 솔저로 거듭나게 만든 작가인 에드 브루베이커는 ‘윈터 솔저’라는 이름이 미국을 건국한 혁명가 중 한 명인 토머스 페인의 연설문에 나오는 ‘서머 솔저’라는 표현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애국자가 되기 쉬운 상황에 나선 군인을 서머 솔저라고 칭한 것을 알고, 그와 반대로 어렵고 힘들지만 대의를 위한 진정한 군인을 윈터 솔저로 정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 당시에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들을 조사하는 청문회의 이름이 ‘윈터 솔저 청문회’였던 것이 직접적인 참고가 되었다고 한다. 소련의 추운 날씨와 냉전시대를 뜻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서 참으로 적절한 이름이라 생각된다.

울버린의 인생을 바꿔놓은 윈터 솔저

이미지: 마블 스튜디오

소련군에게 발견된 버키는 세뇌를 통해 피도 눈물도 없는 암살자 윈터 솔저로 거듭났다. 생각해보면 나이도 어리고 특별한 초능력이나 무기가 없음에도, 주요 전투에 다 참전하여 공적을 세웠으니 쓸만한 인재이긴 하다. 무려 캡틴 아메리카에게 직접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도 플러스 요인일 것이다. 스티브 로저스가 오랜 기간 바다 밑에서 냉동상태였던 것처럼, 버키도 임무가 없을 때엔 냉동보존되었다. 그래서 처음보다는 나이가 들었어도 스티브보다는 여전히 어린 것이 설명된다. 윈터 솔저로서의 임무 중에 울버린을 죽이는 것이 있었다. 당시 울버린은 일본에서 이쓰라는 여성과 결혼해서 살고 있었다. 버키가 갔을 때 울버린은 마침 집에 없었고, 임신한 이스만이 홀로 있었다. 그래서 이쓰를 죽이고 돌아왔는데, 울버린은 한동안 절망 속에 지내야 했다. 또한, 어찌어찌 살아남은 뱃속의 아기는 평생 아버지를 원망하며 다켄이라는 울버린의 숙적으로 자랐다. 죄책감을 느낀 버키는 울버린이 웨폰 X 시설에 잡혀 실험을 당하고 있을 때 탈출할 수 있도록 몰래 손을 쓰기도 했다.

지구를 지켜라

이미지: 마블 스튜디오

코믹스의 닉 퓨리는 영화의 퓨리보다도 더 은밀하게 해온 일이 많은데, 우주에서 오는 위협이 지구에 도착하기 전에 막는 큰일도 해왔다. 하지만 그에게 캡틴 아메리카와 비슷한 힘을 제공했던 인피니티 혈청이 몸속에서 소진되자 버키를 후임으로 삼았다. 버키는 한동안 외계인을 비롯한 차원 밖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했다. 퀘이크(데이지 존슨)와 함께 한 적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혼자서 지켜냈다. 하지만 이 설정은 흐지부지 없어지고 버키는 지구로 돌아왔다. 

캡틴 아메리카와 어벤저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스티브 로저스가 암살된 후(적어도 죽었다고 모두가 알고 있었던 동안), 그의 유언에 따라 버키는 캡틴 아메리카가 되었다. 공식적으로 제6대 캡틴 아메리카로, 토니 스타크가 그에게 방패와 새 슈트를 주었다. 샘 윌슨(팔콘)보다 먼저였다. 한 손엔 방패, 다른 한 손엔 권총을 든 ‘버키캡’(스파이더맨이 붙인 별명)은 초인등록법의 시행되는 동안 미등록 히어로들의 팀인 뉴 어벤저스에 합류하여 저항했다. 그는 캡틴 아메리카의 타이틀을 사용하면서도 다른 히어로들을 이끄는 리더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다. 아스가르드의 공포의 신이 지구를 침공했을 때, 버키는 닉 퓨리와 짜고 죽은 것으로 위장한 다음에 잠시 히어로계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 윈터 솔저로 돌아왔다.   

블랙 위도우와의 사랑

이미지: 마블 코믹스

영화 속 버키는 홀로 자두를 사먹는 등의 외로운 모습을 보이며 연애와는 많이 멀어 보이는데, 코믹스에선 블랙 위도우와 연인 관계였다. 윈터 솔저 시절에 레드 룸의 교관으로서 훈련생이던 나타샤와 처음 만났지만, 캡틴 아메리카 시절에 본격적으로 연인이 되었다. 둘 다 소련 정부의 도구였다는 공통점이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었으며, 캡틴 아메리카 활동을 곁에서 보조하면서 사랑이 깊어졌다. 한때 블랙 위도우의 연인이었던 호크아이와는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공식적인 연애는 끝났지만 지금도 서로 간에 불꽃이 남아있다.  

버키와 썬더볼츠

이미지: 마블 스튜디오

마블 스튜디오가 [썬더볼츠]라는 새로운 영화의 계획을 소개하면서 옐레나 벨로바, 레드 가디언, 태스크마스터, US 에이전트, 고스트처럼 선악이 불분명한 멤버 구성을 발표했는데, 그들과 함께 윈터 솔저가 포함되어있는 것이 다소 의외였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버키는 이제 분명히 선한 쪽이 아니었나? 하지만 코믹스에서 버키의 행적을 보면 그런가보다 하고 이해할 수 있다. ‘썬더볼츠’라는 팀과 버키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헬무트 제모(영화에선 ‘지모’)이다. 버키가 팔을 잃고 목숨을 잃을 뻔한 비행기 폭발은 바로 헬무트 제모의 아버지인 하인리히 제모를 추적하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나치의 일원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은 헬무트 제모는 마블 유니버스의 주요 빌런 중 하나가 되었고, 버키가 캡틴 아메리카이던 시절에 크게 충돌했다. 이 썬더볼츠 팀을 처음 만든 것도 헬무트 제모였는데, 버키도 훗날 제모와 함께 했던 오리지널 멤버들을 데리고 새로운 썬더볼트를 결성하여 팀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