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제외하고 올 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일명 한국영화 빅 4 모두가 베일을 벗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여러 시사회를 통해서 조금씩 평가가 들려오고 있다. 에디터들 역시 이들 작품을 열심히 봤는데, 이 시점에서 올 여름 한국영화 빅 4의 장단점을 간단하게 적어본다.

밀수압도적인 수중액션과 불꽃튀는 연기대결

이미지 : (주)NEW

1970년대 성행했던 밀수범죄를 모티브로 한 영화 [밀수]의 레트로한 화면과 음악은 당시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향수를, 요즘 세대들에게는 신선한 느낌을 전한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을 비롯한 화려한 캐스팅은 인상깊은 연기력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생계를 위해 범죄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의 갈등과 충돌이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구성은 아쉽게 느껴지지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해녀와 밀수라는 소재는 충분히 흥미롭다. 특히 수중 액션신은 지금까지 본 적 없던 비주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러모로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리기에 충분했던 영화였다.

비공식작전 – 위트를 갈아 넣은 그들의 작전

이미지: 쇼박스

2023년 한국영화 빅4 중 하나인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과 현지 택시기사의 동행을 그린다. 쫓고 쫓기는 총격전, 박진감 넘치는 와이어 액션, 골목을 질주하는 카체이스 액션을 통해 브레이크 없는 전개를 선보인다. [터널], [끝까지 간다], [킹덤] 시리즈를 통해 보여줬던 김성훈 감독 특유의 리듬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여기에 하정우와 주지훈의 브로맨스를 녹여내며 자연스러운 드라마를 완성한다.

유사한 설정 탓에 ‘교섭‘과 ‘모가디슈‘가 자주 언급되지만, 감독과 배우의 말대로 무게감과 템포 면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그들과의 유사성에서 벗어나려는 듯 더욱 화려한 장치들을 사용했고, 영화적 재미와 생동감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주지훈 배우의 표현으로 ‘위트를 갈아넣은’ 캐릭터 또한 차별점이다. ‘타지에서 벌어지는 외교관의 고생과 사투‘가 비록 신선한 이야깃거리는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가장 경쾌하게 즐기고 싶다면 단연 [비공식작전]이다.

우주보다 지구의 사람과 감성이 기억나는 이유

이미지: CJ ENM

[더 문]의 최대 매력이자 하이라이트는 역시 우주다. 실제 그곳에 있는 듯한 현실감과 스케일 속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영화는 기술 뽐내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사건과 사고를 쉴 새 없이 빚어내어, ‘우주영화’가 아닌 ‘재난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그대로 건넨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다이나믹한 시퀀스와 볼거리가 쉴 새 없이 나와 보는 내내 짜릿하다.

물론 [더 문]도 아쉬운 점이 있다. [마션],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등 여러 할리우드 우주영화에서 봤던 소재와 서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 기술로 재현한 무한한 공간은 멋지지만, 신선함은 덜하다. 이야기에 스며들지 못하는 몇몇 캐릭터, 반복되는 구출 패턴은 어느새 우주가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더 문]을 인상적으로 감상한 이유는 여타 우주영화에서 만나기 힘든 캐릭터들의 교감이다. 그들이 트라우마를 풀어내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꽤 울컥하다. 신파 서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그려내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눈에 띈다. 그래서일까? 우주를 전면으로 내세웠지만, 지구의 사람들과 감성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사실적인 묘사로 만나는 디스토피아 군상극

이미지 :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이후의 이야기를 극강의 리얼함으로 녹여냈다. 독창적인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재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특히, 인간 군상들의 반복되는 갈등과 다툼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부조리한 현실과 인간 본성에 대한 사유도 심도 있게 펼친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집단 이기주의와 혐오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영화 감상 내내 씁쓸함과 우울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 이 상황을 비꼬는듯한 블랙코미디는 무거운 분위기를 완화해주며 작품의 집중력을 높인다. 전체적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신선한 소재와 뛰어난 연출력, 여기에 배우들의 견고한 연기력으로 웰메이드 한국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