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곰솔이

자동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한 번쯤 영화 속의 카체이싱을 꿈꿔본 적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실제 현실에서는 엄두도 내기 힘든 짜릿한 속도감을 보여주며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유명 브랜드의 슈퍼카들이 해당 작품에 대거 등장해 대리 체험의 즐거움까지 함께 선사한다.

최근 이 같은 장르를 다룬 [그란 투리스모]가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는 플레이 스테이션의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게임 ‘그란 투리스모’를 즐기던 주인공이 이것을 바탕으로 실제 레이싱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모터 스포츠를 마치 게임처럼 구현한 설정과 스크린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속도감이 작품에 푹 빠지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은 스크린을 통해 레이싱의 재미를 건넨 자동차 액션 영화들을 살펴본다. 아드레날린이라는 엔진에 제대로 시동을 킨 영화를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보자.

[분노의 질주] 시리즈 (2001~2023)

이미지: 유니버설 픽처스

공공도로에서 펼치는 스트리트 레이싱을 소재로 다룬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전까지 작품의 양념정도로 생각했던 카체이싱 장면과 자동차 액션을 메인으로 둔 작품이다. 해당 시리즈는 스트리트 레이서들 사이에서도 대부격이던 ‘도미닉 토레토’와 그의 여동생 ‘미아’에게 위장하여 접근한 사복 경찰 ‘브라이언’,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과 서사를 다뤘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총 11편의 영화가 제작, 현재로서는 2025년에 개봉할 작품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시리즈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 길거리 레이서 출신의 ‘도미닉 토레토’와 그런 그에게 접근한 경찰 ‘브라이언 오코너’,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구 등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면서 그려지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성장의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의 진짜 메인은 카체이싱. 자동차가 보여줄 수 있는 현대 영화의 모든 기술을 이 작품이 다 선보일 정도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2017)은 차량을 운전해 잠수함과 함께 질주했으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2021)는 자동차를 개조해 우주까지 날아가는 운전을 보여주었다. 그만큼 다른 작품에서 보여줄 시도조차 하지 않는 독창적인 차량 액션을 보유한 영화 시리즈다. 과연 다음 편에는 자동차로 무엇을 할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드라이브](2011)

이미지: 판씨네마

낮에는 자동차 정비 업무와 영화 촬영장의 자동차 스턴트, 밤에는 범죄자들의 도주를 도와준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이브]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경제적이고 깔끔한 자동차의 액션을 선사한다.  

특히 영화는 드라이버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카체이싱 장면을 단순한 볼거리로만 활용하지 않는다. 서사 전개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며,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주인공의 심리와 감성도 효과적으로 구축한다. 라이언 고슬링의 무표정하면서도 할 일은 다 하는 모습[?]이 자동차의 무한 질주와 닮아서 작품의 의미를 배가한다. 카체이싱의 짜릿한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드라마적인 감성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서도  카체이싱 액션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대규모 차량을 이용해 압도적인 영상으로 그려냈다.영화는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를 배경으로, ‘맥스’가 ‘퓨리오사’와 함께 인류를 지배하는 독재자 ‘임모탄 조’와 대항하면서 벌어지는 대결과 이야기를 그린다. 조지 밀러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톰 하디가 맥스 역을, 샤를리즈 테론이 퓨리오사 역으로 출연했다.

2015년에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1980년부터 시작되어 무려 세 편으로 제작된 [매드 맥스] 시리즈를 잇는 속편이다. 앞선 시리즈 영화들 또한 차량을 이용한 추격전을 주로 다뤘는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수십대의 자동차와 캐릭터가 동시에 추격전을 펼치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며 해당 시리즈의 부활을 알린다. 그만큼 황폐해진 미래라는 설정을 보여준 독특한 차량 디자인을 비롯해, CG를 최소화하며 실제로 차량을 터트리고 박살낸 카체이싱 액션이 돋보인다. 그야말로 미친 세상에 어울리는 미친 질주가 영화의 전율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베이비 드라이버](2017)

이미지: 소니 픽처스

[베이비 드라이버]는 청각 장애가 있는 드라이버라는 독특한 설정을 카체이싱의 아찔한 액션과 결합해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해당 영화는 청각 장애로 인해 생기는 이명을 없애기 위해 항상 음악에 심취해 있는 ‘베이비’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범죄에서 손을 떼려고 하지만, 그의 재능을 탐내던 이의 계략으로 인해 더욱 궁지에 몰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천재적인 드라이빙 실력을 가진 베이비는 자신을 방해하던 이들을 물리친다. 이 모든 것을 오로지 자동차 액션으로만 한다는 점이 작품에 호감을 보내는 이유다.  

2017년에 개봉한 [베이비 드라이버]는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한 차량 목록을 참고해 다양한 차량을 등장시켰다고 한다. 케이퍼 무비 속에 카체이싱을 적절하게 녹아내며, 주인공의 활약을 자연스럽게 부각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배경 음악과 음향 효과에 딱 어울리는 연출을 통해, 단순히 스피드에만 치중하지 않은 세련된 카체이싱을 선사하며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포드 V 페라리](2019)

이미지: 20세기 폭스

스포츠카 레이스의 막강 상대였던 ‘페라리’를 이길 차량을 만들려했던 ‘포드’의 이야기를 그린 [포드 V 페라리]는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 중 하나인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치열하게 다뤄낸다.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와 열정과 실력만큼은 최고의 레이서 ‘켄 마일스’가 파트너로서 함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춘다.

실제 자동차 회사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 관련 차량들이 대거 나와 즐거움을 더한다. 여기에 자동차 배기음이 폭발할 것 같은 레이싱 묘사와 레이서들의 압박감과 긴장감을 실감나게 보여줘서 지루할 틈이 없다. [포드 V 페라리]는 드라마 부분에서도 매력을 자아낸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맷 데이먼, 크리스찬 베일의 케미는 자동차 레이싱만큼 뜨겁고 치열한 순간을 만든다. 자동차 액션의 압도적인 체험과  탄탄한 이야기도 기대한다면 [포드 V 페라리]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영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