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옥적 허용’에도 정도가 있다. 이전까지의 김순옥 작가 작품들은 소위 ‘매운맛’이라 불리는 자극과 막장의 향연이었음에도 일단 재미라도 있으니(욕하는 재미도 포함) 시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7인의 탈출]은 다르다. 매운 걸 넘어 속이 쓰리고 도대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진다.

[7인의 탈출]은 한 소녀의 실종과 연관된 일곱 악인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과 이들을 향한 복수를 그린 드라마다. 시놉시스만 봐도 작품의 윤곽이 잡힌다. 거기다 다른 사람도 아닌 김순옥 작가가 쓴 피카레스크물이니 말 다했다. 악인들의 악행이 상상이상으로 끔찍한 건 물론이고 살인, 복수, 마약, 치정, 폭력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도 적잖이 곁들여졌을 테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정도가 과해도 너무 과하다.

당장 첫 에피소드에 나온 ‘막장 요소’만 나열해도 숨이 턱 막힌다. 흉기 범죄, 미성년자(후에 성인이라 밝혀지긴 하지만) 출산, 원조교제, 학교 폭력, 교사 뇌물 청탁에 아동 학대까지. 특히 금라희(황정음)가 친딸 방다미(정라엘)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게 담긴 회차의 시청 등급이 ‘15세 이상 시청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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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그뿐이랴. ‘죽음의 섬’ 에피소드(5, 6회)에서는 판타지, 고어, 호러, 크리쳐 장르까지 넘나들며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그나마 이 회차들은 ‘19세 이상 시청가’를 받았다). 이러다 추후에 악인들을 향한 정의구현이랍시고 슬래셔 장르까지 등장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제 아무리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유튜브나 OTT 서비스 등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해도, 과연 지상파 채널에서까지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묘사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극에서 묘사한 사회 문제나 범죄들을 심도 있게 다루려는 시도라도 있을까? 안타깝게도 드라마가 선보인 대부분의 장면에서 고심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가짜 뉴스의 파급력이나 연예계의 어두운 이면을 비판하는 부분이 제법 인상 깊지만, 딱 거기까지다. [7인의 탈출]은 오로지 화제성과 시청률만을 위해 가학적인 장면들을 나열하고 전시하기에 바쁘다. 아무리 후반부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고작 고등학생에 불과한 방다미가 겪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다.

개연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다미의 양아버지 이휘소(민영기)가 성형으로 5년 만에 세계적인 모바일 플랫폼 대표 매튜 리(엄기준)로 신분세탁하는 건 애교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한모네(이유비)를 두고 방다미가 출산했다고 믿는 친구들, 출산 직후 뛰어다니는 것도 모자라 오디션에 참가하는 모네의 모습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방다미가 홀린 듯 ‘한모네 바라기’가 되어가는 과정, 또 이휘소가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다미를 임신시킨 장본인으로 몰리는 상황 등 ‘순옥적 허용’이라 포장하기조차 힘든 지점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와중에 무슨 화들이 그리도 많은지 틈만 나면 악을 쓰고 소리 지르는 캐릭터들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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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회에서 만악의 근원인 K(김도훈)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며 매튜 리의 복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일곱 명의 악인은 서로를 의심하며 물어뜯기 바쁠 테고, K와 7인의 갖은 권모술수에도 결국 매튜 리의 복수는 성공할 테다. 다만 이 작품이 유례없는 사이다 복수극으로 기억될지, 아니면 자극과 막장의 끝판왕으로 대중의 기억에 남을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다. 사실 굳이 시즌 2까지 만들어야 하는지조차도 의문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