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페스트, 에이즈, 신종플루, 코로나19 등등 어느 날 갑자기 퍼져버린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은 그때마다 인류에게 큰 위협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컨테이젼], [감기], [28일 후]처럼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서도 종종 다뤄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당연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마블 코믹스에서도 이런 소재들을 사용 안 했을 리가 없다. 그동안 마블 유니버스에 퍼진 끔찍한 바이러스들을 소개한다. 

돌연변이를 괴롭히는 바이러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엑스맨의 세계에 한동안 큰 공포를 안겼던 “레거시 바이러스”는 감염된 돌연변이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원래는 아포칼립스가 돌연변이를 제외한 인류들을 멸종시키기 위해 개발한 것이었으나, 스트라이프라는 나쁜 녀석이 성분을 조작해 반대의 효과를 내도록 바꾸었다. 현실의 에이즈를 살짝 바꿔서 표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레거시 바이러스의 대표 증상은 피부의 변화, 피로, 열, 기침 및 전반적인 신체기능의 약화 등으로, 감염된 돌연변이가 능력을 사용하는 순간 작용하는 방식이다. 세포가 손상되면서 돌연변이 능력을 통제 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걸리더라도 능력 사용을 하지 않는다면 괜찮다. 환자들은 격리되어 배척의 대상이 되었는데, 매그니토가 수천 명의 감염자들을 데리고 있기도 했다.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변이되면서 돌연변이가 아닌 인간도 감염될 수 있게 되어버렸다. 다행히도 치료법이 개발되었고, 엑스맨이 공기 중에 퍼뜨리면서 바이러스의 위협은 끝이 났다. 스크럴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했을 때, 엑스맨은 이 바이러스가 스크럴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무기화해서 스크럴 군대를 궤멸시켜버렸다.   

스파이더맨으로 만들어주는 바이러스

이미지: 마블 코믹스

곤충의 유전자를 지닌 스파이더 퀸이라는 돌연변이와 스파이더맨의 클론을 만들어낸 유전학자 자칼이 손을 잡고, 스파이더맨의 조직 샘플을 사용해 감염자를 거미인간으로 변이시키는 바이러스를 만들어냈다. 이 “스파이더 바이러스”는 세 단계를 거쳐 진행되는데, 첫 단계에서는 감염자에게 마치 스파이더맨과 같은 능력을 준다. 거미줄을 타고 날아다니며 벽을 기어오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진행되어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면, 외모가 점점 거미처럼 변하게 된다. 팔다리가 추가로 생기고, 송곳니와 곤충의 겹눈이 생겨난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가 되면 거대한 거미로 겉모습이 완전히 변해버린다. 이렇게 된 감염자들은 스파이더 퀸의 조종을 받아 움직이게 된다. 다만, 초능력을 가진 존재들은 감염되지 않는다. 안티베놈 심비오트가 생산하는 항체가 스파이더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위협이 해소됐다.

살아있는 시체로 변하는 바이러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자칼이 연구 중에 의도치 않게 만들어낸 “캐리온 바이러스”는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몸이 점점 썩어서 살아있는 시체처럼 변해가는 증상을 나타낸다. 이후, 자칼은 인류를 없애기 위해 본격적으로 만들어냈다가 스파이더맨에 의해 실패했다. 캐리온 바이러스는 수차례 만들어졌으며, 한때 죽은 이들의 시신에서 얻은 DNA를 복제해서 대규모로 ‘부활’시킨 이들이 결국 복제 과정의 결함에서 비롯된 이 바이러스로 인해 세포가 퇴화하여 모두 사망했다.  

몸이 기계로 변하는 바이러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엑스맨의 케이블이 몸의 반이 기계인 이유가 바로 이 “테크노 오가닉 바이러스”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신체 조직을 점점 기계 조직으로 바꿔버리다가 완전히 기계로 탈바꿈시킨다. 그렇다고 해도 계속해서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지만, 이 바이러스를 다른 생명체에 전파하려는 욕구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그러다 결국엔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이다. 또한, 이미 죽은 생명체마저도 감염시켜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섭다. 아직까진 알려진 치료법이 없어서, 케이블의 경우엔 우주적 수준의 염동력으로 바이러스가 더 이상 몸에 퍼지지 않게 고정시키고 있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이와 비슷한 “트랜스모드 바이러스”도 있다. 테크나키라는 기계종족 외계인들이 다른 생명체를 기계존재로 바꾸는 데 사용하는 바이러스로, 독성이 매우 강해서 피부 접촉을 통해 퍼뜨릴 수 있으며 몇 초 안에 생명체를 기계 생명체로 변환시킨다. 테크나키는 이 감염자를 먹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일라이 바드라는 돌연변이의 능력과 이 바이러스가 결합해 죽은 자들을 되살려내기도 했다. 특히, 죽은 돌연변이들을 부활시켜 엑스맨을 공격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마치 좀비 같은 상태가 되었다. 이 바이러스는 악마조차도 감염시킬 수 있으며, 감염된 생물은 일반적으로 검은색과 노란색으로 변한다.   

고대에서 온 곰팡이

이미지: 마블 코믹스

아이언 피스트를 배출한 천상계 도시 쿤룬에서 수세기 동안 봉인되어 있던 “어친”이라 불리는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삼아 탈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뉴욕에 나타난 바이러스는 접촉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감염시키고, 이를 조사하러 온 판타스틱 포마저 희생시켰다. 오직 돌덩이 같은 피부를 가진 멤버인 씽만이 무사할 수 있었다. 곰팡이와 같은 모양새의 바이러스는 감염자들의 정신을 잃게 하고 그들을 조종할 수 있었으므로, 아이언 피스트와 루크 케이지, 닥터 스트레인지, 씽 등의 뉴욕 히어로들이 나섰다가 방법을 찾기도 전에 하나씩 쓰러졌다. 아이언맨 역시 바이러스를 조사하러 왔다가 오히려 어벤저스 전원에게 옮기고 말았다. 제시카 존스와 문나이트, 퍼니셔 같은 더 많은 이들이 나서지만 더 많은 희생자들만 늘릴 뿐이고, 감염자가 많아지자 바이러스가 그들을 좀비 군대처럼 조종하기 시작했다. 이 바이러스는 의학적인 방법이 아닌 강한 기로 물리치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좀비 바이러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지구-Z의 히어로인 센트리가 좀비가 되자 다른 차원으로 쫓아냈는데, 이것이 지구-2149에 도착해서 감염시키면서 “헝거 바이러스”라는 명칭을 얻었다. 그 기원과 이름 그대로,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가 되는 바이러스이다. 흔히 우리가 아는 좀비와 달리 지능과 성격은 그대로라고 한다. 24시간도 지나기 전에 지구-2149 전역에 퍼졌다고 하는데, 이것은 좀비가 된 퀵실버가 그 빠른 속도로 열심히 퍼뜨렸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먹을 게 없어진 감염자들은 흩어져서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당연히 많은 혼란을 일으켰다. 헝거 바이러스와 비슷한 좀비 바이러스들은 멀티버스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