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빅뱅 이전에서부터 존재해왔을 정도로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존재 중 하나인 갤럭투스는 그 거대하고 고령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하게 먹어야 하는 대식가이기도 하다. 행성 하나분의 생명 에너지를 먹어야만 어느 정도 배고픔을 해소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에, 본인이 살기 위해선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켜야 하는 무시무시한 포식자의 위치에 놓여 있다. 다행히도 우주는 넓고 그가 먹을 수 있는 행성은 많지만, 적정한 수의 생명체들이 존재하는 먹기 좋은 행성을 찾아다니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갤럭투스는 자신을 대신해서 먹거리 행성을 찾아내어 상차림을 준비해줄 전령을 부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자들을 ‘갤럭투스의 전령’이라고 하는데, 사실상 행성을 파멸시키는 길잡이인 셈이다.

그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에 비해 전령들의 수는 많지 않은데, 그들의 행적을 보면 역시 사람 쓰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갤럭투스는 전령을 부리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자격 조건을 몇 차례 바꾸었다. 물론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기에 지원자보다는 대체로 강요로 인해 하게 되는 편이지만. 아무튼, 전령으로 선택한 자에게 자신의 우주의 힘을 일부 나누어주고 파워업을 시켜 초인으로 만들어준다. 최초의 전령인 폴른 원은 너무나 적대적으로 굴며 이 힘을 이용해 반역을 저지른 탓에 갤럭투스가 가둬놔야 했다. 그 트라우마 탓에 갤럭투스는 수천 년이나 전령을 고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실버 서퍼

이미지: 20세기폭스

가장 유명하고 최고라고 평가받는 전령은 영화 [판타스틱 4: 실버 서퍼의 등장]으로 스크린까지 진출한 실버 서퍼이다. 젠-라 행성의 평범한 시민이던 그는 갤럭투스가 나타났을 때 대신 먹을 수 있는 행성을 찾아준다는 조건으로 고향을 구하고 스스로 전령으로 취업했다.  은색 쿠킹호일로 전신을 감싼 듯한 패션에 서핑용 보드를 타고 감정과 기억이 억압된 채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우수한 직원으로 거듭났다. 인간이 없지만 에너지는 풍부한 행성 위주로 안내하던 그는 점차 사람이 사는 곳까지 안내하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지구에 당도했다. 여기서 판타스틱 포의 친구이자 시각장애인 조각가인 앨리시아 마스터즈를 만나 본래의 고결함을 되찾은 그는 판타스틱 포와 손을 잡고 갤럭투스를 지구에서 몰아냈다. 또 한 번 배신당한 갤럭투스는 이때 실버 서퍼를 지구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했지만, 이후 여러 전령을 고용해보고 역시 너밖에 없다며 그에게 집착하더니, 점차 우정 비슷한 감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실버 서퍼 역시 우주 최강의 모험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서도 때때로 갤럭투스를 돕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어워커와 파이어로드

에어워커(좌), 파이어로드(우) 이미지: 마블코믹스

갤럭투스가 다음으로 선택한 전령은 잔다르 행성의 탐사선 선장이자 노바 군단의 일원인 가브리엘이다. 탐구심이 가득해 한 곳에 진득하게 있지 못하는 성미였던 그는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엄청난 힘과 자유를 주겠다는 갤럭투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에어워커가 된 그는 우수한 전령이 되었으며 갤럭투스를 주인이라기보다 친구로 생각했다. 에어워커는 적들로부터 갤럭투스를 지키다가 전사했다. 크게 상심한 갤럭투스는 에어워커를 본딴 로봇을 만들었지만 로봇은 로봇일 뿐이었다. 

탐사선의 부기장이었던 크릴은 기장인 가브리엘을 구하기 위해 몇 년 동안 갤럭투스를 추적했다. 마침내 갤럭투스를 찾아낸 그는 가브리엘의 죽음을 알지 못한 채 친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감명 받은 갤럭투스는 크릴을 새로운 전령으로 채용하고, 파이어로드라는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후에 사정을 알게 된 토르는 아스가르드의 자동 전투 갑옷인 디스트로이어를 선물하고 대신 파이어로드를 풀어주도록 했다. 

테락스

이미지: 마블코믹스

갤럭투스는 용감하고 영웅적인 전령들은 결국 오래 붙들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잔혹하고 힘에 굶주린 존재를 찾기도 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느 행성의 도시를 독재로 다스리고 있던 테락스였다. 돌을 조종하는 돌연변이였던 테락스는 매우 강력했으므로 갤럭투스는 지원군이 필요했는데, 어이없게도 그는 판타스틱 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그는 서로의 적을 대신 물리쳐주기로 약속하고, 판타스틱 포가 테락스를 제압하자 즉시 우주의 힘을 부여해 자신의 전령으로 삼았다. 평소보다 더더욱 강해진 테락스는 기대한 대로 잔혹하게 먹잇감을 찾아주었으나, 이 녀석은 충성심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은 반란을 일으켰다. 분노한 갤럭투스는 그에게서 우주의 힘을 다시 박탈해버렸다.  

한 자리에 모인 전령들

이미지: 마블코믹스

갤럭투스는 비윤리적이면서도 충성심이 강한 전령을 찾다가 모르그를 만났다. 모르그는 자신의 행성을 갤럭투스가 삼켰음에도 그의 전령이 되기로 했다. 그는 우주의 힘을 받은 것에 더해 신비한 물에 몸을 담그어 자신의 힘을 더욱 강화했다. 그런데 그의 도덕심은 갤럭투스의 생각보다도 더 나빴다. 모르그가 막대한 인명 피해를 일으키게 되자, 실버 서퍼를 비롯한 역대 전령들은 힘을 합쳐 그에 맞서 싸웠다.  

어나일러스라는 외계인이 군대를 이끌고 우주에 전면전을 선포했을 때에도 더 많은 수의 역대 모든 전령들이 힘을 합친 일이 있었다. 이때는 어나일러스가 우주의 힘을 가진 존재들을 모조리 잡으려 했기 때문에 갤럭투스까지 전령들과 힘을 합쳐 싸워야 했다. 이들은 결국 어나일러스에게 대항하는 연합군에 합류했다.

토르

이미지: 마블코믹스

갤럭투스의 역대 전령 리스트에는 천둥의 신 토르도 포함되어 있다. 심하게 다친 갤럭투스가 우주를 파괴하는 블랙 윈터가 오고 있다는 정보와 블랙 윈터가 토르를 죽이는 환상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도움을 청한 것이다. 토르를 곁에서 지켜보겠다는 갤럭투스의 제안을 받아들인 토르는 그로부터 우주의 힘을 받고 그의 전령이 되었다. 갤럭투스는 힘을 강화하기 위해 다섯 개의 행성을 삼켜야 했고, 토르는 그를 안내해주며 행성의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마지막 행성에서 블랙 윈터와 맞닥뜨리게 되었고, 갤럭투스가 주민들과 함께 그 행성을 삼켜버리자 토르는 분노했다. 사실, 갤럭투스가 블랙 윈터를 물리치기 위해 토르를 이용한 것이었다. 토르는 갤럭투스의 모든 힘을 빼앗아버려 죽인 뒤에 블랙 윈터마저 없애버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