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천 년 후의 미래, 각 행성들끼리의 연합인 행성연합은 회원 행성의 십대 소년소녀 초능력자들을 모아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팀을 조직했는데, 그것이 “리전 오브 슈퍼히어로즈”, 보통은 줄여서 “리전”이라고 부르는 팀이다.
많은 수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기 다양한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리전은 원래 슈퍼맨 시리즈의 조연으로 시작한 만큼 슈퍼맨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일단, 팀 자체가 전설의 히어로인 슈퍼맨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에 더해, 슈퍼맨 또는 슈퍼맨 가족의 일원 중 하나가 멤버로 합류한다는 공식도 있다. 독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어 이들이 주인공인 단독 시리즈가 출간되기 시작했으나, 어쩌면 DC의 거듭된 세계관 리부트 습관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존재들일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미래의 존재’이기 때문에 현재의 역사가 리부트되어 다시 쓰이면 이들의 존재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어이없게도 여러 버전의 리전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은 리전의 역사와 캐릭터를 소개하고, TV 애니메이션부터 실사 드라마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온 관련 작품을 만나본다.
최초의 리전
리전의 첫 등장은 1958년으로, 코스믹 보이, 새턴 걸, 라이트닝 래드가 십대소년이던 클라크 켄트가 슈퍼보이로서 활동하고 있을 때 찾아와 팀에 초대한 것이 시작이었다. 슈퍼보이는 미래로 가서 자신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 팀에 직접 합류하여 활동하기도 했지만, 돌아온 후 성인이 되어 슈퍼맨이 된 후엔 거의 찾지 않았다. 1986년에 DC의 멀티버스가 하나의 우주로 통합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클라크 켄트는 어른이 된 후에야 초능력이 나타났다는 설정으로 바뀌면서 슈퍼보이가 된 적이 없던 것으로 되었고, 따라서 리전에 합류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자체적으로 충분한 인기를 끌고 있었던 리전은 슈퍼보이와 관계없는 히어로인 발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변경되었다.
주요 구성원
텔레파시 능력자로 이름 그대로 토성에서 온 소녀인 새턴 걸과 자력을 조종하는 코스믹 보이, 전기를 발사하는 라이트닝 래드가 처음으로 리전을 결성한 창립 멤버들이다. 버전보다 소소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들 세 명이 한 우주선에 타고 있다가 R. J. 브랜드라는 유명인사가 암살당할 뻔한 것을 구해준 계기로 인해, 브랜드와 의기투합하여 리전을 결성했다는 것이 팀의 탄생비화이다.
이 외에도 슈퍼맨의 적인 브레이니악의 후손인 브레이니악 5가 최고 수준의 지능으로 팀의 전략과 정보 분석 등을 이끌고, 변신 능력자인 카멜레온 보이와 분신술이 가능한 트리플리케이트 걸이 적을 교란시키는 역할을 한다. 몬-엘, 울트라 보이처럼 슈퍼맨에 버금가는 실력자들도 가득하다. 지구 출신의 멤버로는, 무술 유단자인 가라테 키드와 철로 변화하는 페로 래드, 온몸이 에너지 덩어리로 되어 있는 와일드파이어, 음파 공격자인 타이록, 투명인간 인비저블 키드, 그린 랜턴인 론드 비다 등이 있다.
거듭된 변화
엄청난 힘을 얻은 할 조던(그린 랜턴)이 DC 유니버스를 재창조하려고 만지작대면서 세계관은 부분적으로 변화를 겪었고, 이로 인해 슈퍼맨의 클론인 슈퍼보이(코너 켄트)가 멤버로 합류하게 되는 전혀 새로운 리전이 탄생했다. 나중엔 슈퍼걸이 합류하는 리전도 등장했다.
왓치맨 유니버스에서 DC 유니버스로 온 닥터 맨해튼의 장난으로 인해 또 다시 새로운 버전의 리전이 탄생했다. 슈퍼맨이 과거에 리전을 만났다는 설정은 다시 폐기되었고, 대신 아들인 슈퍼보이(존 켄트)가 행성 연합과 리전에 영감을 준 인물인 것으로 되었다. 리전은 21세기로 와서 슈퍼보이를 영입해 31세기로 데려갔고, 슈퍼보이는 미래에서 리전 멤버로서 잠시 활동하고 돌아왔다. 이것이 현재의 버전이지만, 장르 특성상 워낙 변경이 잦은 편이므로 언제 또 달라질지 모른다.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복잡하긴 해도 오랜 역사와 인기를 얻고 있는 리전은 슈퍼맨이나 저스티스 리그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들에 조연으로 출연해오다가, 2006년에 [리전 오브 슈퍼히어로즈]라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방영을 시작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2시즌까지 제작되었다. 제목은 그렇지만 사실 주인공은 슈퍼맨이다. 스몰빌에서 메트로폴리스로 이사하며 새 출발을 시작하려는 클라크 켄트가 31세기의 미래로 가서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고 슈퍼히어로가 되는 법을 익혀 진정한 슈퍼맨이 된다는 내용이다. 리전에는 여러 멤버가 활동 중이지만 슈퍼맨과 함께 에피소드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바운싱 보이, 새턴 걸, 라이트닝 래드, 브레이니악 5, 팬텀 걸, 팀버 울프의 8명이다. 첫 번째 시즌이 끝날 때 현재의 지구로 돌아온 슈퍼맨은 2년 동안 더 많은 경험을 쌓은 뒤에 두 번째 시즌에서 다시 31세기로 돌아간다. 이때, 41세기에 만들어진 슈퍼맨의 클론인 슈퍼맨 X도 31세기로 와서 함께 한다.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2023년에 홈비디오 형식으로 공개된 장편 애니메이션 [리전 오브 슈퍼히어로즈]에서는 슈퍼맨이 아닌 슈퍼걸이 주인공이다. 지구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하던 슈퍼걸을 보고, 슈퍼맨은 31세기로 가서 리전 오브 슈퍼히어로즈가 되기 위한 훈련 학교인 리전 아카데미에 다니라고 제안한다. 이렇게 미래로 간 슈퍼걸은 훈련생의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동료 훈련생들과 함께 브레이니악 5에게 씌워진 누명을 벗기고 결국 내부의 배신자와 악의 조직까지 밝혀낸다는 내용이다. 목소리 출연진도 화려한 편인데, [슈퍼내추럴]의 젠슨 애클스가 배트맨을, [글리]의 대런 크리스가 슈퍼맨을, [화이트 칼라]의 맷 보머가 플래시를 연기했다.
실사화
장기간 방영한 TV 드라마 시리즈인 [스몰빌]에 리전 멤버들이 출연한 “리전” 에피소드가 있다. 도망친 적을 쫓아 현재로 온 코스믹 보이, 새턴 걸, 라이트닝 래드가 클라크 켄트를 도와 브레이니악과 싸운다는 내용으로, 이들은 전투에서 승리한 후에 브레이니악을 31세기로 데려가 개조한 뒤에 브레이니악 5로 탈바꿈하여 동료로 맞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