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0일에 열리는 94회 아카데미 시상식(혹은 오스카 시상식)을 앞두고, 후보에 오른 화제작들이 극장가에 개봉한다. 이들 영화는 오스카뿐 아니라 이미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느슨해진 아카데미 시상식에 긴장감을 주는 화제작을 미리 살펴본다.

바튼 아카데미 ㅡ 오스카가 주목한 ‘크리스마스 정신’

이미지: 유니버설 픽쳐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신작 [바튼 아카데미]는 사람 냄새를 풍기는 휴먼 코미디 영화이다. 1970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학생과 교사들이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려고 다 떠나 텅 빈 ‘바튼 아카데미’에 외로이 남게 된 폴과 학생 앵거스(도미닉 세사), 주방장 메리(더바인 조이 랜돌프)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지식한 폴과 자유로운 영혼 앵거스, 사람과 거리를 두는 메리는 서로의 간격을 좁혀가며 서서히 우정을 쌓아간다.

1970년대의 정겨운 풍경, 크리스마스라는 설레는 배경, 세대를 초월한 우정 등이 이 영화의 포근하고 소박한 매력이다. 여기에 페이소스 짙은 대사들과 인간애를 품은 정서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이런 설정들이 어우러진 덕분에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으로 총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세상 모든 보편적인 인간들을 살피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낮고 따뜻한 시선이 아카데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2월 21일 개봉.

패스트 라이브즈 – 오스카가 사랑한 ‘첫사랑’

이미지: CJ ENM

오스카의 한국 사랑은 올해도 계속된다. 최근 몇 년 간 [기생충], [미나미]가 오스카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였는데, 그 열기를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가 이어갈 예정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CJ ENM과 [문라이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 오스카 화제작을 배급한 A24가 공동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간단하게 말해 첫사랑 영화다. 하지만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단순히 사랑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름의 삶을 살아가며 변화되는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셀린 송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이 영화를 통해 추억과 현실의 간극을 공감가게 표현했으며, 서로의 첫사랑을 연기한 유태오와 그레타 리의 열연 역시 작품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이 같은 완성도 덕분에 [패스트 라이브즈]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특히 해외매체에서 [추락의 해부]와 [바튼 아카데미]와 더불어 각본상 유력 수상작으로 [패스트 라이브즈]가 언급되는 중이라 최종 결과가 더욱 궁금해진다. 3월 6일 국내 개봉.

‘가여운 것들’ – 오스카가 반한 ‘미장센과 연기’

이미지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번 아카데미상의 최고 화제작 중 하나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가여운 것들]이다.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올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 주요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한 [가여운 것들]은 고드윈 벡스터 박사로 인해 새로운 삶을 선물받은 벨라 벡스터의 삶을 다룬 영화이다.

[가여운 것들]은 벨라 벡스터의 성장담과 모험기를 통해 인간의 사회화와 인간성에 대한 근원적 고찰을 담은 영화로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기괴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이 이 같은 효과를 배가한다. 다가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수상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엠마 스톤의 신들린 연기도 놓칠 수 없는 기대포인트다. 3월 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