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작년 한 해에도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많은 캐릭터들이 새로 등장했다. 하지만 기존의 캐릭터들이 워낙 막강한 인지도와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분야여서, 어지간해서는 신인들이 대중의 눈길을 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도 독특한 개성과 설정으로 남다른 차별점을 가진 히어로들이 나왔으니, 그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하고 관심을 가져볼만한 히어로들을 골라봤다.  

마블

카호리

이미지: 마블

카호리는 마블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왓 이프…?> 시즌 2에 등장한 히어로로, 마블 코믹스에는 없던 오리지널 캐릭터이다. 모호크족 원주민인 카호리의 세계에선, 아스가르드가 멸망하면서 스페이스 스톤이 아메리카 대륙의 한 호수에 떨어졌다. 15세기 후반, 스페인 정복자들의 침략을  카호리는 동생을 데리고 출입이 금지된 전설의 장소인 동굴 속으로 도망쳐 들어갔다가 이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 호수에 퍼져 있던 스페이스 스톤의 강력한 에너지는 카호리를 다른 차원으로 보내버렸다. ‘스카이 월드’라는 그 세계엔 오랜 세월 동안 실종되었던 부족민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살고 있었다. 또한, 스페이스 스톤의 힘을 받아 카호리를 비롯한 그들 모두가 놀라운 능력과 불멸을 얻게 되었다. 천상의 세계와도 같은 이곳에서 영원히 살 수 있음에도, 카호리는 침략군으로부터 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고, 엄청난 스피드와 힘, 에너지를 휘두르는 능력을 이용하여 스페인 군대를 물리쳤다. 심지어 순간이동 포털을 만들어 스페인 여왕을 직접 찾아가 평화로운 공존을 강요하기도 했다. 닥터 스트레인지에 의해 소환된 카호리는 캡틴 페기 카터와 팀을 이루어 함께 싸웠다.    

라스푸틴 4세

이미지: 마블

미래에, 유전공학의 최고 기술자인 미스터 시니스터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기 위한 탐사선의 선장을 만들었다. 이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존재가 되어야 했기에, 엑스맨의 콜로서스, 키티 프라이드, X-23, 키드 오메가, 그리고 뮤턴트 범죄자인 우너스의 유전자를 결합해 라스푸틴 4세를 창조했다. 이 다섯 명의 돌연변이의 능력을 모두 가지면서 영웅적인 성격까지 부여 받은 덕분에 미스터 시니스터의 음모를 저지하려다가 시간을 이동해서 현대에 오게 되었다. 돌연변이 국가인 크라코아에 정착한 라스푸틴 4세는 반돌연변이 조직인 오키스의 대공습으로 인해 크라코아가 몰락하고 돌연변이들이 탄압받게 되자, 살아남은 이들과 함께 엑스맨에 합류하여 저항운동을 시작했다.    

스파이더 보이

이미지: 마블

보호시설에 머물던 베일리 브릭스라는 어린 꼬마는 한 과학자에게 납치되어 인간과 거미의 혼종으로 개조되어버렸다. 진짜 거미처럼 여러 개의 눈이 추가로 생겼고, 스파이더맨보다 더 진화된 위험 감지 능력과 독이빨까지 나타났다. 다행히 베일리는 열 살이라는 나이에 스파이더맨의 사이드킥이 되었고, 두 스파이더맨들인 피터 파커와 마일스 모랄레스와 함께 활동했으나, 거미를 증오하는 여신 샤트라의 음모로 인해 존재 자체가 지워져버렸다. 멀티버스의 스파이더맨들이 샤트라를 물리친 후에 거미의 여신 네이트가 베일리를 복원시켜주었으나, 이미 이 세상엔 그가 존재했었다는 흔적이 사라져있었고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베일리는 새롭게 스파이더맨과 우정을 쌓아가며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 중이다.

DC

시티 보이

이미지: DC

한국계 작가인 그렉 팍이 구상하고 한국인 만화가인 정민규가 그린 시티 보이는 캐머론 킴이라는 본명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 캐릭터다. 고아가 되어 길거리에서 성장한 그는 살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좀도둑에 불과했으나, 운이 나쁘게도 실험대상이 되는 바람에 초능력을 얻었다. 그의 능력은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데, 도시를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처럼 소통하며 교감할 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도시 곳곳을 엑스레이로 보는 것처럼 들여다볼 수가 있고(사람이나 사물을 찾기에 편하다), 스르륵 통과할 수도 있으며 다른 도시로 순간이동도 가능하다. 도시 안에 있는 건물의 벽과 바닥, 전선과 물체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능력이지만 히어로물에서 다루기는 쉽지 않은, 좀 애매한 힘이기도 하다.

트리니티

이미지: DC

트리니티는 원더우먼이 미래에 낳은 딸로, 본명은 리지 프린스이며 슈퍼맨의 아들 존과 배트맨의 아들 데미안과 같은 오빠들과 어울리며 자랐다. 원더우먼과 같은 능력과 기술을 갖고 있으나, 황금색 올가미만을 갖고 있는 엄마와는 다르게 검은색과 은색의 올가미 2개를 더 갖고 있다. <원더우먼> 800호에 처음 등장한 이래,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천천히 공개하고 있어서 아버지가 누구인가부터 아직 알려진 것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의 DC 유니버스를 바꿀 존재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미지: DC

배리 앨런보다 앞서 플래시로 활동하기 시작한 ‘원조 플래시’인 제이 개릭은 오랫동안 아내와의 사이에서 자식이 없었지만 최근에 이 설정이 바뀌었다. 사실 그에겐 주디라는 외동딸이 있었다. 악당 닥터 엘리멘탈이 플래시의 능력이 유전적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고, 당시 열세 살이던 주디는 이 사고로 인해 아버지처럼 초스피드를 얻게 되었다. ‘붐’이라는 이름의 히어로가 된 주디는 시간을 뛰어넘을 정도 빠른 속도를 이용해서 아버지의 사이드킥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DC 유니버스의 수차례에 걸친 세계관 변경으로 인해 열 명이 넘는 히어로들의 존재가 지워져버리고 말았다. 그렇기에 제이와 그 아내조차도 자신들에게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다. 모두에게서 잊혀진 이 길 잃은 히어로들은 원래의 시대로 복원되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붙잡혀 한 섬에 갇혔다가, 우연히 스타걸과 레드 애로우에게 발견되어 구출될 수 있었다. 시간적 공백을 뛰어넘어 현재에 갑자기 나타나게 되었기 때문에, 주디는 1949년생임에도 여전히 십대 소녀이다.  

비질

이미지: DC

비질은 이쪽 장르에선 아직은 보기 드문 남아시아인들로 구성된 팀으로 히어로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성격을 갖고 있다. 일단은 세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위험한 기술을 없애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니는 사냥꾼이다. 전략가인 캐슬, 전기를 발사하는 아크라이트, 사물을 통과할 수 있는 닷지, 변신능력자 사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자신들의 초능력이 아니라 어떤 정부나 슈퍼히어로보다도 먼저 위험한 무기와 장비를 추적해서 파괴하는 빠른 정보력과 행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