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가 천만 돌파 가시권에 들어섰다. 마이너장르라고 생각했던 오컬트가 이렇게 인기를 끌 줄은 누구도 예상 못할 것이다. 사실 한국영화와 오컬트는 거리가 있다. 많이 만들지도 않았고, 두각을 나타낸 작품도 장재현 감독 영화 외에는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살펴보면 수준 높은 오컬트 영화들이 몇몇 있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은 [파묘]의 지금 열풍에 거름이 된 한국영화 오컬트 걸작 세 개를 꼽아본다.

불신지옥 ㅡ 기이하고 잔혹한 ‘믿음’

이미지: 쇼박스

2009년 개봉한 영화 [불신지옥]은 [건축학개론]을 연출한 이용주 감독의 데뷔작이다. 무속신앙과 광신도를 소재로 한 한국형 오컬트 영화로, 21세기 한국 공포 영화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영화는 신내림과 재림, 맹신과 불신, 욕망과 위악 등 인간의 양면성과 온갖 불가해한 현상을 파헤치며, 종교적 광신이 어떻게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고갔는가를 쫓아간다.

이야기는 서울에서 혼자 사는 희진(남상미)이 예수의 재림을 믿는 광신도 엄마(김보연)와 ‘신들린 아이‘로 불리던 동생 소진(심은경)의 실종 소식을 들으며 시작된다. 얼핏 가족 간의 종교적 대립이 펼쳐질 것 같지만, 영화는 그것과 상관없이 ‘광적인 믿음’ 그 자체의 끔찍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폐쇄적인 아파트 안에서 벌어진다는 것 또한 섬뜩하다. 극중 귀신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보다 무서운 심은경의 신들린 연기를 볼 수 있다. 기이하고 잔혹한 에너지로 가득한 [불신지옥]은 오컬트 팬들의 갈증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곡성’ –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성공작!

이미지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한국의 대표적인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곡성]은 2016년에 개봉한 영화다. [추격자]로 인상 깊은 연출을 보여준 나홍진 감독의 3번째 장편 영화 연출 작품이다. 개봉 당시 국내 관객 687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파묘] 개봉 전 오컬트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곡성]은 악마의 실체와 존재를 현실 세계에서 끄집어내고 마치 실화처럼 사건을 다룬다. 영화는 의문의 연쇄 사건으로 발칵 뒤집힌 마을을 배경으로 모든 사건의 원인이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을 파헤치기 위한 과정을 스릴 넘치게 그린다.

개봉 후 영화는 은유와 상징적인 요소들이 많고 국내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컬트적 소재와 감독의 모호한 연출로 호불호가 나뉘었다. 그러나 작품 해석을 두고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등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곡성]은 이런 화제성을 바탕으로, 주·조연 배우들의 소름 돋는 연기력과 나홍진 감독의 완벽주의 연출을 더해 수준 높은 장르 영화를 만들어냈다.

검은 사제들 – 장재현 오컬트 삼부작의 시작

이미지: CJ ENM

[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의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으로 만든 작품으로, 뺑소니 교통 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한 김 신부(김윤석)과 최 부제(강동원)의 엑소시즘을 다룬다. [전우치]에서 도복을 입고 한판 승부를 벌였던 김윤석, 강동원이 이번에는 사제복으로 갈아입고 힘을 합친다.

오컬트 장르 영화가 거의 없었던 한국영화에 [검은 사제들]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으스스한 분위기와 호러 효과들, 악령과 종교인들의 한판 승부 등, [엑소시스트]를 비롯한 해외 오컬트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한국적인 매력을 가득 건넸다. 빙의된 소녀 영신 역을 맡았던 박소담 배우를 발굴한 점도 의미 깊다.

타인을 구원하며 자신의 트라우마도 극복하는 메시지 역시 곱씹을만하다. 특히 최 부제의 이야기가 그렇다. 어린 시절 동생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힌 최 부제는 영신을 통해 그때의 아픔을 지워내고 보다 더 진지하게 자신의 길을 되돌아본다. 환상적이고 기이한 소재 속에 현실적인 고민을 디테일하게 다루는 장재현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이런 기조는 향후 [사바하], [파묘]까지 고스란히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