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세상은 넓고 볼 영화는 많다. 매주 새로운 영화들이 물밀듯이 극장가를 찾아오지만 모든 개봉작들을 보기에는 시간도 없고 지갑 사정도 여의치 않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간과 여유가 있어도 보고 싶은 영화가 근처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참사를 겪으면서 VOD 출시만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씨네필 혹은 특정 장르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이번 주 개봉작들을 소개한다.

 

1. 동네사람들

이미지: 리틀빅픽처스

 

에디터 Jacinta: 마동석이 이번엔 시골로 갔다. 동생 덕분에 체육교사로 부임한 그는 처음부터 실종된 학생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동네사람들]은 마을의 이방인 기철을 처음부터 강력한 해결사로 내세우지 않고, 제 앞가림에 바쁜 무심한 어른으로 비추며 여학생 실종 사건을 계기로 좀 더 나은 어른으로 나아가는데 관심을 둔다. 때문에 시원하고 통쾌한 한방은 처음부터 조금 접는 게 좋다. 그런데 아쉽게도 선의가 깃든 의도에도 이미 여러 스릴러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다룬 설정과 전형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피로도를 피할 수 없다. 특히 영화 내내 쌓인 고구마 전개를 설득력 있는 상황 대신 기시감 강한 인물로 설명하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씁쓸한 여운이 영화 속 나쁜 어른들 때문인지, 나름의 의도를 뻔한 설정으로 묻어버린 전개 때문인지 혼란스럽다.

 

 

2. 알리바이 닷 컴 (Alibi.com)

이미지: 판씨네마(주)

 

에디터 Amy: 화장실 유머가 가득한 프랑스식 로맨틱 코미디. 그레그는 의뢰인에게 그럴듯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는 해결사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어느 날, 거짓말을 싫어하는 플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집에 초대되어 부모님을 만나게 되는데 알고 보니 플로의 아버지가 의뢰인인 것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성적이거나 지저분한 농담이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오롯이 즐기기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참고로 에디터의 웃음 취향과는 달라 제대로 웃지 못했다. 여느 로맨틱 코미디처럼 상대방의 사랑을 다시 깨달으며 끝을 맺는데, 이 영화는 오로지 개그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서사와 개연성이 부족하다.

 

 

3. 여곡성 (The Wrath)

이미지: (주)스마일이엔티

 

에디터 겨울달: 1980년대 영화를 약 30년 만에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을 접한 적이 없는 이들에게는 굉장히 예스러운 호러 영화로 다가올 것이다.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룩을 고수하는 한 많은 여인의 복수극은 오래전 ‘전설의 고향’에서 너무 많이 봤다. 오리지널에는 없었을 감각적인 카메라나 적외선 촬영에선 21세기의 느낌이 묻어나지만, 캐릭터 해석이나 전체적 감성은 2018년이 아닌 2008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전개나 리듬감이 익숙하기 때문에 “이쯤 되면 뭔가 나오겠지” 예상하고 보는 재미는 있지만, 알고도 겁먹는 에디터 같은 사람이나 즐길 만한 요소일 뿐 새로운 공포를 찾는 관객들에겐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이다.

 

 

4. 구스범스: 몬스터의 역습 (Goosebumps: Haunted Halloween)

이미지: 소니 픽쳐스

 

에디터 Jacinta: 2015년 [구스범스]의 후속편으로, 단짝 친구가 버려진 폐가에서 봉인된 사악한 인형 슬래피를 깨우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다. 괴롭힘을 당하는 두 친구의 모험은 얼핏 [그것]을 떠올리고, 일상에서 소홀히 여겼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 훈훈한 가족 드라마의 서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오싹하고 소름 돋는 슬래피의 심술궂은 존재감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재치 있는 유머 감각, 화려하고 뛰어난 시각효과와 특수분장으로 탄생한 몬스터들이 휩쓰는 마을 곳곳의 풍경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전하며 가족 친화적인 영화를 원하는 관객에게 티켓값을 충실히 한다. 다만, 잭 블랙의 분량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다.

 

 

5.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Ode to the Goose)

이미지: (주)트리플픽쳐스

 

에디터 Jacinta: 술자리를 갖던 남녀가 즉흥적으로 군산행 버스를 탄다. 완전히 가깝다고 할 수 없는 묘한 거리감이 자리하는 가운데, 윤영과 송현은 낯선 여행지에서 사소한 오해와 실망이 겹치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과 환상이 사그라들며 점차 어긋나고 멀어진다.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시간을 거슬러 보여준다. 그들은 쉽고 가볍게 상대방을 판단하고, 그래서 더 쉽게 오해한다. 영화는 뻔뻔하며 모순된 시선을 가진 인물들의 뒤죽박죽 어긋난 관계와 역사적인 사실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은연중에 흘려 보인다. 그렇다고 어떤 태도나 시선을 강요하지 않는다. 각 공간에 결이 다른 정서는 유려하게 겹치고, 곳곳에서 능청스러운 웃음이 실실거린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뜨끔하게 찌른다. 보는 이에 따라 어른들의 썸이 될 수도, 아니면 이중적인 단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지도.

 

 

6. 마틸다: 황제의 연인 (Mathilde)

이미지: (주)영화사 오원

 

에디터 겨울달: 제정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발레리나 마틸다의 사랑 이야기. 러시아의 역사보다는 두 사람의 불꽃같이 활활 타올라다 꺼진 사랑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시각을 압도하는 화려함 때문에 서사가 돋보이지 않는다. 의상, 세트 디자인 등 프로덕션 퀄리티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그 시대의 화려함이나 러시아 황가의 권위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압도적인 비주얼에 비해 로맨스는 밋밋하다. 신분 차이, 국가 간 혼약 등 두 주인공을 방해할 만한 요소가 크게 드러나지 않고, 두 주인공이 얼마나 절박하게 사랑하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미모가 빼어난 주인공들이 사랑을 나누는데도 어느새 시선을 그 주변의 볼거리에 돌리게 되니, 영화가 촘촘하지 못한 게 더욱 아쉽다.

 

 

7.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 (The Man with the Iron Heart)

이미지: 아이 엠

 

에디터 Amy: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당의 장교가 되어 유대인 학살을 주도하는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와, 그를 저지하기 위해 암살을 계획하는 체코 레지스탕스 일원 얀과 요세프를 대립적인 시각으로 조명한다. 야망이 넘치는 라인하르트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군에서 쫓겨났다가 나치당의 권유로 감시관리직을 맡으며 점점 차갑고 잔혹하게 변해 간다. 그의 지휘 아래 체코 레지스탕스는 벼랑 끝으로 몰리며 목숨을 걸고 그의 암살 작전을 성공시키고야 만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기에 체코 레지스탕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지만, 제목이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를 가리키는 만큼 그의 서사에 좀 더 집중했으면 훨씬 선명하게 인물을 그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8. 언더 더 트리 (Under the Tree)

이미지: 이언픽쳐스

 

에디터 Jacinta: 나무 한 그루에서 비롯된 극단적인 비극을 서늘한 블랙 코미디로 그린 아이슬란드 영화. 동거녀와 새 출발을 한 이웃집 남자를 일조권을 이유로 사사건건 트집 잡고,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옆집 노부인은 애지중지하던 고양이가 사라지자 끝 모를 의심에 빠져든다. 몸만 자랐지 한없이 이기적이고 미성숙한 어른들은 편견으로 상대방을 단정 짓고, 쉽게 오해하며, 그렇게 쌓인 불신을 소통으로 해결하기보다 의심과 갈등의 벽을 키운다. 영화 속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가 과장됐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9. 초이스 (The Choice)

이미지: Boxoo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띵양: 익숙하지만 언제 봐도 좋은 이야기. [초이스]는 아름다운 해변 마을에서의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그린 ‘니콜라스 스파크스’식 로맨스 영화다. 노스캐롤라이나 토박이 수의사 트래비스와 이웃집으로 이사 온 의사 지망생 개비의 인생을 뒤바꿀 선택의 순간들을 그린 영화는 로맨스 장르의 친숙하고 전형적인 레퍼토리를 충실하게 따른다. 특히 앞서 언급한 대로 ‘로맨스 소설의 대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장기가 여지없이 발휘되는데, [디어 존], [노트북] 등에서 봤던 ‘운명적 만남-뜨거운 사랑-위기(헤어짐/다른 연인과의 만남)-극적인 재결합과 해피엔딩’이라는 전개를 충실하게 따른다. 수없이 봐온 전개기에 누군가에게는 지루할 수 있겠으나, 선남선녀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관객에게는 안성맞춤의 가을 로맨스로 남을 작품이다.

 

 

10. 12피트 (12 Feet Deep)

이미지: (주)라이크 콘텐츠

 

에디터 띵양: 생존 스릴러인 줄 알고 봤는데 트라우마 극복과 개인의 성장을 그린 작품. [12피트]는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 갇힌 자매의 처절한 생존을 그린 수중 생존 스릴러다. 친숙한 장소를 극한의 공포를 느낄법한 대상으로 바꾸는 작품은 그 참신함 때문에라도 보기 마련이다. [12피트]도 그런 영화 중 하나인데, 애석하게도 이 영화의 장점은 ‘참신함’으로 끝이다. 자매가 수영장에 고립된 상황까지는 공포감과 긴장감 조성에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가족성장드라마로 바뀌는 영화의 톤이 전체적으로 지루하다. 심지어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인물도 등장하는데, 긴장감을 더하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오히려 대사나 행동이 이해 범주를 벗어나면서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