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지난 8월, 영화 [불릿 트레인]의 개봉을 앞둔 상황에 브래드 피트는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애런 테일러 존슨과 함께 한국에 왔다. 영화 [머니볼] [월드워Z] [퓨리]에 이어 4번째 방문으로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국내에도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며 배우로서 다양한 명성 쌓아가고 있는 브래드 피트는 영화 [미나리]의 기획자로도 알려졌으며, [더 킹: 헨리 5세] [바이스] 등 할리우드의 다양한 작품 제작에 힘쓰고 있다. 이제는 배우보다 제작자로서 더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행보다.

그럼에도 그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줄 때가 제일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인지 [불렛 트레인]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브래드 피트가 더욱 반갑다. 특히 여기서 그는 살인을 하지 않는 킬러 역할을 맡아서 넉살 좋은 입담 속에서도 아슬아슬한 액션을 펼친다. 의외로 브래드 피트는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화려한 블록버스터나 액션영화가 많이 없다. 그렇기에 그의 액션을 만나는 게 꽤 유니크한 시간이 될 듯한데, 그래서 정리해본다. 브래드 피트의 액션 퍼포먼스가 돋보인 5편의 영화를 만나보자.

파이트 클럽(1999) – 테일러 역

이미지: 20세기 폭스

시대를 뛰어넘어, 오랫동안 사랑받는 영화들이 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이 그러한 영화 중 대표적인 작품이 아닐까?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헬레나 본햄 카터가 주연을 맡은 [파이트 클럽]은 삶에 강한 공허함을 느끼던 남자 ‘잭’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거친 남자 ‘테일러’와 우연히 만나, 자신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삶을 살기로 결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브래드 피트는 [파이트 클럽]에서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잭’과 맞닥뜨리게 되고, 더 나아가 그에게 파이트 클럽 창설을 부추기게 되는 ‘타일러 더든’ 역을 맡았다. 브래드 피트는 해당 영화에서 마르지만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여 개봉 당시, 올해의 섹시한 남자로 뽑힐 정도로 많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전까지 [델마와 루이스] 혹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같은 작품에서 보여준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연기변신을 보여준 셈이다. 개봉 당시 배급사인 20세기 폭스의 사장이 잘렸을 정도로 흥행에 실패했으나, 영화를 본 이들의 엄청난 입소문을 통해 재평가 받고, 이제는 명작으로 남았다.

트로이(2004) – 아킬레스 역

이미지: 판씨네마(주)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할리우드에서도 사랑받는 소재 중 하나다. 브래드 피트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인용되어온 트로이 전쟁을 멋지게 스크린에 녹아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를 원작으로 두는 작품이자,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연출한 [트로이]는 자신과 전장을 함께한 동생이 트로이 왕자 ‘헥토르’에게 목숨을 잃게 되자 복수심에 사로잡힌 그리스 영웅 ‘아킬레스’의 서사시를 그린 작품이다. 브래드 피트는 [트로이]에서 고대 그리스 최강의 전사인 ‘아킬레스’ 역을 맡았다. 브래드 피트는 그리스 신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정도로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무력, 움직임, 더 나아가 최강의 전사라는 설정을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꾸준히 유지해오던 근육질 몸매와 긴 금발 머리 비주얼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최강 전사라는 캐릭터의 설정을 한껏 살려주기도 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 알도 레인

이미지: 유니버셜 픽처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태에 분노한 유대인 출신의 미군 ‘알도 레인’ 중위가 자신과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아 나치를 일망 타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쿠엔틴 타란티노와 브래드 피트가 만나 많은 화제를 낳았고, 이들의 시너지는 10년 뒤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도 이어진다. 브래드 피트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미 육군 보병 장교이자, 나치를 죽이기 위해 모인 나치 킬러들의 집단 바스터즈를 이끌어가는 대장 ‘알도 레인’ 역을 맡았다. 테네시 주 남부 억양까지 곁들어져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연기를 건넸다. 챕터를 나누어 전개되는 영화의 특성 상, 모든 에피소드에 브래드 피트가 등장하진 않지만, 다른 캐릭터와 좋은 케미를 발휘하며 이야기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갔다.

월드워Z(2013) – 제리 레인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좀비가 들이닥친 세상에 브래드 피트 같은 액션 히어로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그 질문에 대한 익스트림한 답변이 바로 [월드워 Z]다. 영화는 세계 곳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변이 일어나고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자, 사상 초유의 대재난에 맞설 최후의 적임자로 지목된 UN 소속 조사관 ‘제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브래드 피트는 [월드워Z]에서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게 되면서, 가족을 위해 감염 발원지를 찾아 조사를 나서게 되는 전 UN 요원 ‘제리 레인’ 역을 연기했다. 좀비로 아수라 장이 된 세계임에도 인류의 희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멋지게 보여준다. 브래드 피트는 고지식한 영웅이 아닌 입체적인고 있는 살아있는 캐릭터로 주인공을 그려내어, 대형 블록버스터 속에서도 캐릭터의 존재감을 더욱 빛나게 했다. 오락 영화의 볼 거리와 그의 열연이 합쳐진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5억 4천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 브래드 피트 필모그래피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이 되었다.

퓨리(2014) – 워대디 역

이미지: 소니픽쳐스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연출한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 전차부대를 이끄는 대장 ‘워대디’에게 마지막 전투 명령이 떨어지고, 단 4명의 부대원만으로 적진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브래드 피트는 [퓨리]에서 퓨리의 전차장이자, 아프리카부터 유럽까지 수많은 전선을 누빈 베테랑 전차장 ‘워대디’ 역을 연기했다. 수많은 전쟁을 겪으면서 삶과 세상을 바라 보는 태도가 냉정해진 캐릭터다. 브래드 피트는 워대디와 대립하는 가치관을 가진 노먼에게 현실적이고 차가운 모습으로 전쟁의 무서움을 현실감있게 말한다. 그럼에도 부하를 지키기 위한 워대디의 리더쉽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빛난다. 브래드 피트는 건조하면서도 뜨거운 워대디 캐릭터를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며, 전쟁의 참상을 호소력 있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