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웨인스타인 성추문 스캔들

기네스 팰트로와 안젤리나 졸리를 포함해 갈수록 커지는 피해 규모, 향후 여파는?

by. 겨울달

 

‘마이티 아프로디테’ 출처: 미라맥스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폭력 추문은 피해 규모와 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0일 공개된 뉴요커지의 탐사 보도 기사와 뉴욕 타임즈의 후속 기사는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을 상세하게 실었다. 뉴요커지의 기사는 피해자 13명을 인터뷰했고, 그중 세 명이 강간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뉴욕 타임즈는 피해자 6명이 직접 그들의 피해 사실을 고백한 후속 보도를 내보냈다. 그 외에 버라이어티, 가디언지에서 웨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하거나 성적 제안을 받은 피해자들의 증언이 공개됐다.

 

피해자 중에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잡은 기네스 펠트로,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 배우도 있다.

펠트로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엠마’ 촬영 당시 웨인스타인이 자신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걸 거부했다고 고백했다. 펠트로는 당시 남자친구인 브래드 피트나 주위 사람들 몇몇에게 이 사실을 말했고, 브래드 피트는 시사회장에서 하비 웨인스타인에게 구두로 경고를 주기도 했다. ‘마이티 아프로디테’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미라 소르비노 또한 비슷한 피해를 겪었는데, 그녀는 웨인스타인의 성적 접근을 거부한 것을 미라맥스의 다른 여성 직원에게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여배우였던 소르비노의 이후 커리어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는데, 그녀는 성희롱 사실을 신고한 것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초기 보도에는 없었던 강간 피해자도 세 명이나 드러났다.

‘스칼렛 디바’ 출처: Opera Films

이탈리아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는 20여 년 전, 한 호텔에서 웨인스타인에게 유사 성관계를 당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아르젠토는 그 사건 이후에도 웨인스타인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고, 당시 자신의 영화를 미국에서 배급하는 그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아서 침묵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끙끙 앓기만 했던 그녀는 본인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스칼렛 디바’에서 당시의 상황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을 넣기도 했다. 2000년대 초 웨인스타인과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다른 피해자 또한 그의 우세한 체격과 힘에 눌려 반항하지 못했고, 그 이후 죄책감에 시달려 배우의 길을 포기했다고 증언했다.

 

하비 웨인스타인의 피해자와 이들의 피해 방식을 보면, 전형적인 패턴이 보인다.

사건 당시 피해자들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 중반이었고, 할리우드 ‘거물’과의 연줄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피해자 대부분이 갓 주목받기 시작한 신인 배우, 연기할 기회를 얻기 위한 배우 지망생, 웨인스타인의 회사에 갓 입사한 인턴 또는 계약직 사원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웨인스타인은 사업상 미팅을 이유로 이들에게 접근했고, 여성 임직원을 배석시켜 이들이 안전함을 느끼게 한 후, 단 둘이 있는 자리를 만든 후에 이들에게 접근했다. 거부의 의사를 밝혀도 계속 접근했고, 그 자리를 벗어난 이후에도 끊임없이 연락하고 고가의 선물을 보냈다. 자신의 접근을 거부하는 피해자들의 커리어 개척을 집요하게 방해했고,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리거나 주위 사람에게 말하면 막강한 변호인단을 보내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을 조건으로 무조건적인 침묵을 강요했다.

 

후속 보도 전후로 할리우드 안팎의 인사들이 하비 웨인스타인을 비난하는 성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리플리’ 출처: 미라맥스

 

대선 선거 운동 당시 웨인스타인에게 후원받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그의 행위가 절대 용납될 수 없으며,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고백한 여성들을 존경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웨인스타인 컴퍼니와 함께 작업했거나 작업할 예정인 라이언 쿠글러 감독, 베네딕트 컴버배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뿐 아니라 디즈니 CEO 밥 아이거, 샤를리즈 테론 등 업계 사람들의 입장 발표가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은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의 입장 표명이 적은 상황. 레나 던햄은 SNS를 통해 수많은 남성 동료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의 해명 요구 또한 굉장히 거세다.

저널리스트 샤론 왁스먼은 2004년에 미라맥스 이탈리아 지사 사장 파브리지오 롬바르도와 관련해 비슷한 보도를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하비 웨인스타인이 이 보도를 막기 위해 여러 연줄을 동원했고, 결국 맷 데이먼과 러셀 크로우가 자신과 직접 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격렬한 비판에 직면한 맷 데이먼은 결국 인터뷰를 통해 “하비 웨인스타인은 롬바르도의 프로페셔널한 부분의 보증을 부탁했고, 그래서 내가 롬바르도와 직업적으로 접촉한 것에 대해 짧게 이야기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왁스먼 또한 데이먼의 인터뷰 내용이 맞다고 밝혔지만, 사람들은 웨인스타인의 행각을 몰랐다는 그의 말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를 해고한 웨인스타인 컴퍼니는 예상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보도 이후에 사업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은 자명했지만, 미디어 업계 파트너사들이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위기는 더 빨리 닥쳐올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스튜디오는 웨인스타인 TV와 계약한 드라마 2편의 계약을 재검토하고 있다. 그 2편은 각각 ‘매드맨’ 제작자 매튜 와이너와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데이빗 O. 러셀 감독이 제작하는 신작으로 제작비가 꽤 높은 만큼 위험 부담을 덜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계약 완료되었거나 제작 진행 중인 작품도 재검토 여지가 있어 회사 이름을 바꾼다 해도 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라맥스 모기업 디즈니는 정말 몰랐을까?

약 30년 간 벌어진 끊임없는 성폭력 사건이 이제야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사안에 대한 의문도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하비 웨인스타인의 이런 행위를 사업 파트너들이 정말 몰랐느냐는 것이다. 뉴요커지와 뉴욕 타임즈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미라맥스나 웨인스타인 컴퍼니의 일부 임직원들은 하비 웨인스타인의 행각을 알고 있었지만, ‘업무’라는 명분으로 웨인스타인의 범죄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강력한 비밀유지 서약 때문에 공개적으로 증언할 수 없고, 이번 보도에서도 이름을 밝히지 못한 채 인터뷰에 응해야 했다. 문제는 이들이 아닌 웨인스타인 컴퍼니 이사회와 미라맥스의 모기업인 디즈니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다. 몰랐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알았을 경우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웨인스타인 컴퍼니 이사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몰랐다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2016년까지 미라맥스를 소유했던 디즈니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