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이미지: 마블 코믹스

디즈니플러스에서 [완다비전] 방영이 시작된 후, 메피스토라는 캐릭터가 팬들 사이에서 자꾸 언급되고 있다. 메피스토는 새빨간 피부색에 뾰족한 귀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마블 코믹스의 악마로, 현재 [완다비전]에 등장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도르마무나 불의 악마 수르트를 생각하면 나와서 안 될 이유가 없는데, 예전에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고스트 라이더]를 통해 실사화된 전력도 있다. 다만 어느 정도는 관객이 납득할 수 있도록 MCU의 세계관에 어울려야 할 것이다. 원작 코믹스에서 악마의 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략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미지: 소니픽처스코리아, 영화 ‘고스트 라이더’에 등장한 메피스토

마블의 악마는 종교나 신화의 악마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레벨에 따라 1급부터 3급까지 분류되며, 메피스토는 2급에 해당된다. 이들이 사는 ‘지옥’은 별도의 차원으로 시간이 느리게 움직여서 지구 상의 며칠은 이곳에서 많은 세월처럼 느껴지며, 여러 악마 군주들이 영역을 나누어 통치한다.

지옥의 군주들은 메피스토를 비롯해 루시퍼, 베엘제붑, 벨라스코 같은 강력한 악마들을 비롯해 드라마 <헬스트롬>의 헬스트롬 남매, 초대 고스트 라이더 같은 이들이 있다. 다른 차원의 악마인 도르마무, 죽음의 신인 헬라와 플루토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인간에게 두려움을 심어 조종하기 편하도록 ‘사탄’인 척 행세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옥의 군주들조차도 사탄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어서, 사탄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군주들도 있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지옥의 군주들

메피스토 역시 공포를 불어넣기 위해 스스로 악마 컨셉을 유지하면서 자신을 사탄이라고 속여 왔다. ‘메피스토’라는 이름은 [파우스트]에서 따왔으며,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뱀이 바로 메피스토였다. 존 밀턴은 그에게서 루시퍼의 이야기를 듣고 [실락원]을 짓기도 했다.

메피스토는 마블 히어로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곤 한다. 한 원시인을 최초의 고스트 라이더로 만들었으며, 영혼의 일부는 스칼렛 위치가 낳은 쌍둥이 아들이 되었다. 하지만 메피스토가 나중에 자신의 영혼을 가져가면서 아이들의 존재는 사라져 버렸는데, [완다비전]에 메피스토가 나올 것이라는 추측성 루머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 메피스토가 갈라놓은 스파이더맨과 메리 제인

뭐니 뭐니 해도 독자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사건은 스파이더맨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다. 메이 숙모가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자, 피터 파커는 숙모를 살리기 위해 메피스토를 찾아가 계약을 맺었다. 이에 메피스토는 숙모의 목숨을 구해주는 대가로 피터와 메리 제인의 결혼을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더불어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라는 사실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이 정도는 해야 악마 소리를 듣는 걸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린 이야기다. 메피스토가 저지른 일들을 보면 유독 거미 히어로들에게 못되게 굴었는데, 스파이더맨의 클론인 벤 라일리와 새로운 스파이더맨인 마일스 모랄레스 역시 괴롭힘을 당했다.

이미지: 메피스토와 마그마의 데이트

지옥의 군주다운 카리스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우스꽝스럽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기도 한다. 지옥에 잘못 들어온 뉴 뮤턴트 팀을 돌려보내는 조건으로 뮤턴트인 마그마와 데이트를 한다거나 라스베이거스에 호텔을 짓고 자신의 본거지로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캐릭터에 유머스러운 면이 가미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MCU와 유머는 이제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의 예측대로 작품에 등장한다면 적어도 코믹스만큼의 파급력은 보여줘야 존재의 의의가 있을 것이다. 악마의 매력은 디테일에 있다던데, 과연 어떤 개성을 가진 모습으로 등장해서 히어로들을 괴롭힐지, 또 누가 배역을 맡아 효과적으로 표현해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