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슈퍼히어로 장르에서는 ‘죽음’이 꼭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등등 인기 히어로라면 한 번은 죽었다가 갖가지 방법으로 부활하곤 했다. 출판사는 극적 효과를 위해 죽음이란 흥행 요소를 쓰지만, 캐릭터의 인기를 모두 버릴 수 없기에 다시 만화 세계로 데려온다. 마블의 미스터 이모탈은 애초부터 부활하는 능력이 있을 정도다. 토르, 허큘리스 같은 신족이나 힐링 팩터의 도움을 받는 울버린, 데드풀 등도 대표적인 불멸의 히어로다. 이들 외에도 어떤 인물들이 각자의 이유와 방법으로 계속 부활하는지 살펴보자.

헐크

이미지: 마블 코믹스

헐크가 이 목록에 포함된 것이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겠다. 브루스 배너가 호크아이의 화살에 맞고 죽은 후, 몇 차례 악인들에 의해 강제로 부활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신비한 마법 의식으로 인한 일시적인 부활이었다. 비교적 최근에서야 헐크는 사실상 불멸의 존재이며, 브루스가 처음 감마 폭탄에 맞았을 때 이미 죽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감마선의 영향으로 지옥의 밑바닥보다 더 아래에 있는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그린 도어가 열렸고, 그는 이곳을 들어갔다. 이후 브루스는 부활할 수 있었지만 대신 헐크가 된 것이다. 브루스 외에도 쉬헐크, 베티 로스, 닥 샘슨과 같이 감마선의 영향을 받은 이들 모두가 그린 도어를 통해서 부활한다. 심지어 피터 파커를 깨문 방사능 거미조차도. 대신 그린 도어를 통해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면 그 안에 있었던 기억은 모두 잊게 된다고 한다. 헐크가 몸은 강력하지만, 정신적인 면은 브루스와 다른 이유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설정이다.

진 그레이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피닉스 포스는 세상을 파괴하고 다시 만들 수 있는, 우주의 신비한 힘이다. 하지만 이 힘은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왜 꼭 숙주를 필요로 하는지, 왜 자꾸 지구로 오는지, 무엇보다 왜 그렇게나 진 그레이를 원하는지. 어쨌든 피닉스 포스는 정신감응 능력이 최고 수준인 진 그레이와 결합한 이후로, 그를 최고의 숙주로 여겼다. 진이 죽어도 자신이 돌아올 그릇으로 쓰기 위해 생명의 힘으로 부활시키곤 했다.

가장 최근의 부활은 진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등장하는 가상세계에서 일어났다. 그 안에서 생활하던 진은 뭔가 이상함을 느껴 외부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고, 이를 조사하던 엑스맨의 도움으로 모든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진은 피닉스 포스에게 다시는 결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부활의 특권도 포기했다. 현재 엑스맨과 함께 하는 뮤턴트들은 독립국가를 수립하고 부활의 장치까지 마련했기에, 피닉스 포스가 없더라도 사실상 불멸의 존재나 다름없다. 

원더맨

이미지: 마블 코믹스

원더맨은 상당히 과소평가되고 있는 히어로라 할 수 있다. 강력한 힘과 비행 능력을 가진 그는 몸이 에너지화되는 과정에서 죽었지만, 완전한 이온화가 된 덕분에 부활할 수 있었다. 피와 살이 아닌 에너지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때문에 생과 사를 여러 번 반복했다. 스칼렛 위치를 사랑하고 있던 그는 크리 제국과의 전쟁 중에 몸이 폭발해 사망했지만, 사랑의 감정이 그의 정신만은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스칼렛 위치는 원더맨을 에너지 형태로 부활하도록 돕고 나중에 원래 모습으로 완전히 부활시켰다. 

문나이트

이미지: 마블 코믹스

문나이트는 죽어가던 용병 마크 스펙터가 이집트 달의 신 콘슈로부터 힘을 받고 부활한 존재다. 이 때문에 그가 죽을 때마다 늘 콘슈에 의해 부활할 수 있었다. 신의 전사로서 맹활약한 문나이트는 견해 차이로 어벤저스를 떠난 뒤,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들을 구하다가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콘슈는 또 다른 이집트 신인 세트를 상대하기 위해 문나이트를 몇 년 만에 부활시켰다. 

리저렉션 맨

이미지: DC 코믹스

DC의 미첼 셸리는 매번 죽을 때마다 그 상황과 관련된 초능력을 습득하고 몇 초 안에 살아 돌아온다. 예를 들어, 총에 맞아 사망하면 방탄의 몸을 갖고 깨어난다든지, 물에 빠져 죽으면 아가미를 갖고 살아나는 식이다. 따라서 어떻게 죽느냐에 따라 강력한 능력을 가질 수가 있는데, 몸에 이식된 나노 장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특수한 능력 때문에 이름도 부활하는 남자, 즉 리저렉션 맨이라고 불리게 되었다.